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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바세린 로션/서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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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겨울이 오면 갈라진 틈으로 엄마가 들어온다. 그러면 발뒤꿈치가 아프기 시작하고 마루 귀퉁이에 엄마가 앉아 있다. 엄마가 그리울수록 빨리 트는 이유일까. 그런 날이면 엄마가 발바닥에서 나온다. 그리움이 커지는 만큼 바닥은 쉽게 보이는 법. 엄마를 깊숙한 곳에서 바른다. 동지와 가깝다는 것은 떠나 버린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고드름이 단단해지고 벌써 두 통째다. 언제쯤 밑바닥에서 겨울이 사라질까. 언제쯤 겨울이 올까. 추억은 왜곡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겠지. 문득문득 생각나겠지. 그날은 엄마를 열심히 바르고 있겠지.


사나흘 발랐으면 하는 날

그래서 그리운 엄마가 오겠지.

[오후 한 詩] 바세린 로션/서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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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춥다. 추우니까 호빵이 생각난다. 붕어빵이 생각난다. 군고구마도 생각나고 찐 감자도 생각난다. 김치만두가 생각난다. 가래떡이, 조청이 생각난다. 저녁이면 연탄불에 양미리를 굽던 엄마가 생각난다. 끈 달린 벙어리장갑이 생각난다. 그 벙어리장갑은 한 해 전엔 빨간 스웨터였었다. 무릎에 세무를 덧댄 코르덴 바지가 생각난다. 빵꾸 난 양말을 깁고 깁던 엄마가 생각난다. 다소곳하고 따뜻하던 겨울밤들이 생각난다. 왼쪽 가슴에 달고 다니던 쥬단학 손수건이 생각난다. 엄마가 발라 주던 엄마 화장품 냄새가 생각난다. 엄마가 생각난다. 추우니까 자꾸 엄마만 생각난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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