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서 위조 사건 공소장 부실 에둘러 지적
기소후 강제수사 통해 얻은 증거 사용 불가
檢 혐의입증 난항 예상… 공소기각 가능성도

법원, 정경심 공소장 변경 '적법성' 문제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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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사문서 위조 혐의로 9월6일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소장은 A4용지 2쪽이다. 공소사실 부분은 A4용지 반쪽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짧다. 정 교수가 자신의 딸에게 2012년 9월 동양대 총장상을 받게 해주려고 허위로 문서를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이 공소장은 국회를 통해 공개됐을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공모자는 물론 위조 일시와 장소가 특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사문서 위조죄 공소시효(7년)에 쫓겨 피의자 조사 한 번 없이 무리한 기소를 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2차 공판 준비 기일에서 재판부는 일련의 논란을 수면 위로 올려놨다. 당초 이날 재판에서는 사문서 위조 사건과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추가 기소된 사건이 병합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두 사건은 동양대 표창장 위조 시점 등 공소사실에서 상당한 차이가 지적되면서 병합이 보류됐다. 검찰이 먼저 작성한 공소장이 그만큼 부실했다는 점이 입증된 대목이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혐의 입증에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사문서 위조 사건 공소장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가로 기소한 내용과 동일하고 공범 수사를 통해 확인한 부분을 향후 추가해 변경하고자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에 적법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가 처음 기소된 9월6일 이후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자료나,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칙상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특이하게 공소제기 이후 압수수색, 구속영장 발부, 피의자신문 등 강제수사가 이뤄졌다"며 "사문서 위조 혐의 관련 내용이 기소 이후 수사에서 제외됐는지 알 수 없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소제기 뒤 압수수색 등으로 드러난 증거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이상 피고인은 공판 절차에서 대등한 당사자"라며 "피의자신문조서도 원칙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 말미 검찰은 사문서 위조와 관련해 추가로 제출할 증거는 "현재로써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로써'란 검찰 답변에 주목하며 재차 강조했다. "공소장 변경을 하면서 증거목록에 손을 대되, 공소제기 이후 이뤄진 강제수사와 피의자신문은 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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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검찰 측에 29일까지 공소장 변경 신청을 마무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공소장 변경은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이 범위에 위배되면 공소 자체가 기각될 수도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 이전에 얼마나 수사를 했고 증거를 수집했느냐에 따라 재판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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