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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것 못 참아" '퇴준생' 자처하는 20·30 밀레니얼세대

최종수정 2019.11.23 07:03 기사입력 2019.11.2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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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 2년 차에 퇴사 결심하는 20·30
직장인 2명 중 1명 "마음은 이미 퇴사"
기업 10곳 중 6곳 "밀레니얼 세대 관리 어려워"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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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입사 1년 차, 다음 달 퇴사합니다"


최근 20·30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 중 극심한 취업난을 뚫고 힘들게 입사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사 1, 2년 차에 퇴사를 결심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을 '퇴준생'이라고 소개한다. 퇴준생이란 이직·휴식 등의 이유로 퇴사를 준비하는 직장인을 일컫는다. 취업준비생을 의미하는 '취준생'에 빗댄 표현이다.


워라밸(work-life balance) 등 스스로를 우선 가치로 두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함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은 이전 기성세대보다 퇴사 결정을 비교적 빠르게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0·50세대는 밀레니얼 세대 인사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실제 직장인 2명 중 1명은 자신을 퇴준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직장인 282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퇴준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46.1%가 "마음은 이미 퇴사한 상태로 현재 구직 중이며 이직할 기업이 정해지면 바로 퇴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다"고 답한 응답자도 37.6%에 달했다.

입사 2년 차 직장인 A(29) 씨는 "처음 입사 때에는 '3년만 버티자'고 생각했는데 주말 출근과 야근이 계속되니 도저히 못 버티겠다"면서 "쉴 틈을 주지 않는 직장 때문에 건강을 다 잃어서 병원을 매주 들락날락한 지 몇 달이 넘었다"고 밝혔다.


이어 "몸 상태도 안 좋고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니 당연히 정신건강도 같이 나빠졌다. 이러다가는 도저히 버티고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서 퇴사를 결정했다"며 "지금은 '회사가 여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뿐이다. 일단은 현실에서 벗어나 쉬고 싶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B(24) 씨는 입사 6개월도 못 채우고 최근 퇴직했다고 밝혔다. 그는 "차라리 일이 어려우면 내가 배우고 노력을 더 해볼 수는 있지 않나"라며 "가르쳐 주지도 않고 알아서 배우라고 하더라. 거기서 내가 뭘 얻고 성장할 수 있을지 미래가 안 보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B 씨는 "더 심각한 건 정신적 스트레스였다"면서 "사수가 일을 가르쳐주지도 않고 화풀이만 해대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매일 전전긍긍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매일 사수의 기분이 어떤지 눈치를 봐야 했는데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나 샌드백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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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기성세대는 인사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기업 10곳 중 6곳은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으며, 10곳 중 4곳은 "밀레니얼 세대 관리를 위해 정책이나 제도에 변화를 줬다"고 답했다.


지난 5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283개사를 대상으로 '밀레니얼 세대 인재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57.2%가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보다 개인을 우선시함'(67.9%), '퇴사/이직을 과감하게 실행함'(46.3%), '불이익에 민감함'(36.4%) 등을 꼽았다.


또 기업의 40.6%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정책 및 제도를 바꾼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추가 근무 지양 등 워라밸 보장'(56.5%) 등이 있다.


관련해 50대 직장인 C 씨는 "우리 때와는 확실히 다른 게 느껴진다. 경기가 어렵다, 취업 시장이 어렵다 해도 매년 신입사원들이 1년도 못 채우고 나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정말 많다"면서 "우리 세대는 '뭣 같아도 참아야지'하는 생각으로 버텼다면 요즘 세대는 '뭣 같으면 바로 나간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대다수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냐"며 "결국 기업들이 어느 정도는 발을 맞춰가야 하는 건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목표지향적인 밀레니얼 세대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불만 때문에 쉽게 퇴사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봤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개인주의 및 자기중심적인 문화에 일부 원인이 있긴 하지만 주요 원인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라며 "현재 세대는 목표지향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려고 다시 시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성취 지향적인 태도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해 나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 아직 성립이 안 된 상태에서 이상이 지나친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치관이 확립이 안 된 경우, 자신이 뭘 원하고 추구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꿈이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힘들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그만두길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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