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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58> 통증의 사명

최종수정 2019.09.20 12:00 기사입력 2019.09.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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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58> 통증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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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병원을 찾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며, 어쩌다 재수 없이 찾아오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증상’이 아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통증이 응급실을 찾아 온 주요 원인인 환자가 50%를 넘었으며, 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에서는 최근 3개월 이내에 통증을 경험했다는 답변이 54%를 차지하였다.


통증을 두려움이나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대상으로 만드는 요인은 이것뿐이 아니다. 통증은 극심한 고통을 주거나 만성 통증의 경우처럼 잘 낫지 않으면서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죽기 2년 전에 통증이 있던 환자의 비율이 26%에서 마지막 달에는 46%로 증가하였다는 어떤 조사에서 보듯이 통증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통증은 때로는 매우 고통스럽고 극심한 불편을 주지만, 우리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어떤 자극이 손상을 주거나 줄 수도 있다는 경고 신호를 뇌에 전달함으로써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만드는 조기경보시스템 기능이 통증의 사명이다. 육체적 고통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선천성 무통각증 환자는 부상이나 질병이 눈에 띄지 않아 어릴 때 많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통증연구협회(IASP)는 통증을 ‘실제적이거나 잠재적인 조직 손상과 관련되어 있거나 그러한 피해로 서술될 수 있는 불쾌한 감각적·감정적 경험’으로 정의한다. 통증은 대체로 질병이라기보다는 질병과 같은 다른 원인 때문에 나타나는 증세에 대한 환자의 느낌이기 때문에 매우 심리적이고 주관적이어서 개인별 편차가 크다.


통증을 일으키는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과정을 통증감각이라고 하는데, 통증감각은 말초신경계의 신경세포인 뉴런이 자극을 감지하는 데서 출발하여 중추신경계의 뇌에 전달되기까지 매우 정교하고 효율적인 여러 단계의 경로를 거쳐 통증의 사명을 신속하게 수행하며, 근육의 수축을 통하여 필요한 몸의 동작을 수반한다.

신경세포인 뉴런은 물리적이거나 화학적인 자극을 감지하여 중추신경계인 뇌와 척수로 신호를 보내는 감각뉴런과 척수로부터 근육에 자극을 전달하여 통제하는 운동뉴런, 뇌와 척수에 위치하면서 감각뉴런과 다른 연합뉴런의 신호를 받아서 운동뉴런과 다른 연합뉴런에 전달하는 연합뉴런의 세 종류로 구분하는데, 통증감각에는 세 종류의 뉴런이 적절히 역할을 분담한다.


감각뉴런은 피부에서 중추신경까지 뻗어 있는 길이가 매우 긴 신경세포다. 피부에 위치하고 있는 감각뉴런 말단의 통증 수용체가 자극을 감지하면 이 감각뉴런이 활성화되어 신경섬유를 통하여 이 뉴런의 척수 쪽 끝을 거쳐 척수로 신호를 전달한다. 척수에서는 수많은 연합뉴런들이 차례로 활성화되면서 신경전달물질이라 부르는 화학물질이 뉴런 사이의 틈(시냅스)을 건너 다른 뉴런에 신호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뇌의 시상(視床)에 신호를 전달한다.


뇌의 시상은 신호를 받아 전달하는 기지역할을 한다. 신호의 성격이 육체적 감각이나 생각, 감정의 어느 것과 관련되느냐에 따라 뇌의 다른 부분으로 신호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손이 뜨거운 불에 닿았을 때에는 이러한 과정으로 손에 통증이 생긴 것을 깨닫게 되고, 이어서 뇌에서 척수로, 척수에서 운동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여 팔 근육을 수축시켜 손을 불에서 멀어지게 한다.


통증이 주는 고통이나 불편함 때문에 사람들은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여 통증의 치료에만 관심을 갖기 쉬운데, 통증의 원인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통증 치료에만 매달리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신문고가 자주 울린다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통치자의 바람직한 자세이지, 치지 못하도록 통제하거나 없애버리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김재호 KB자산운용 경영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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