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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a] '銀부터 비트코인까지' 돈으로 읽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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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a] '銀부터 비트코인까지' 돈으로 읽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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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그들은 어디에 가든지 이 지폐로 모든 것을 지급한다. 진주, 보석, 금, 은을 비롯해 온갖 물품을 지폐로 살 수 있다."


이탈리아의 탐험가 마르코 폴로(1254~1324)는 '동방견문록'에서 원나라를 이처럼 설명한다. 원나라는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나라 전체가 지폐를 사용한 제국이었다. 원나라는 주화 사용을 일절 금지하고 통화를 '교초(交?)'라는 지폐로 제한했다. 교초에는 "위조 지폐를 만든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명기돼있었다.

마르코 폴로는 17세에 아버지·삼촌과 함께 중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1275~1292년 원나라 초대 황제 쿠빌라이 칸 밑에서 관리로 일했다. 그는 동방견문록에서 원나라를 '종이로 경제를 움직이는 놀라운 제국'이라고 소개한다.


'돈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사'는 통화의 역사를 중심으로 세계사에 대해 설명한다. 세계사의 변동은 대개 경제의 전환점과 일치하는 데다 경제의 전환점을 만든 원인이 돈이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1789년 프랑스 혁명이다. 혁명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프랑스 정부의 재정 악화였다. 가뜩이나 루이 15세 때부터 재정이 악화해있던 상황에서 루이 16세는 앙숙인 영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독립전쟁(1775~1783) 때 미국 지원에 나섰다. 프랑스의 재정 상황은 더 엉망이 됐고 결국 민중 봉기로 이어졌다.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서아시아·유럽과 중국이라는 두 갈래로 나눠 돈을 중심으로 세계사에 대해 살핀다.


화폐가 처음 사용된 시기는 약 4000년 전이다. 중국 황허 중류 지역에서 별보배고둥 껍데기가, 서아시아에서는 은덩이가 화폐로 처음 사용됐다. 함무라비 법전을 통해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은이 화폐로 널리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함무라비 법전에는 귀족이 평민의 뼈를 부러뜨렸을 때 은 1미나(약 500g), 이를 부러뜨렸을 때 은 3분의 1미나를 지급하면 된다고 규정돼있다.


화폐는 기원 전 6세기에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다. 오늘날 터키 서부 지역에 자리 잡았던 리디아 왕국에서 주화를 만들면서부터다. 이전까지는 교환할 때마다 은덩이의 품질과 무게를 재야 했다. 리디아 왕국이 품질과 무게가 동일한 주화를 만들면서 개수만 세면 됐기에 물건 교환이 훨씬 수월해졌다.


편리함 때문에 화폐 발행량은 폭증했다. 이렇게 해서 이른바 '주화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기원전 484~425?)는 "우리가 아는 한 리디아인들이 금과 은으로 돈을 만들어 사용한 최초의 민족"이라고 기록했다. 은덩이를 주화로 만들면 그 자체가 큰 이익이 됐다. 교환의 편리성을 증대시킨다는 점 때문이었다. 주화 발행으로 얻는 이익, 이른바 '시뇨리지(Seigniorage)' 효과다.


제국의 왕들은 주화 발행권 통제로 왕권을 강화했다. 페르시아 제국은 리디아 정복 이후 주화와 주화 유통 시스템을 도입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21년 진나라의 중국 통일 이후 값싼 주화를 대량 주조해 통화로 사용했다. 그래서 통화란 지배자가 가치를 정해 영토 안에서 강제로 유통시킨 돈이라는 뜻이다.


10세기 이슬람 상인들의 활약 덕에 인도양을 중심으로 이슬람 경제가 급속히 팽창한다. 경제의 급속한 팽창으로 은화 부족 사태가 일어나 어음·수표의 발달로 이어졌다. 어음은 종이로 만들어졌기에 지폐가 발달하는 시발점이 됐다.


대항해 시대에는 신대륙에서 막대한 양의 은이 구대륙으로 흘러들면서 은 부족 사태가 해결되고 은 가치는 급락했다. 식민지 쟁탈전은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했다. 정부는 민간에 돈을 빌려야 했다. 이로써 민간에 의한 각국의 중앙은행이 탄생하고 국채와 지폐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파운드가 기축통화가 되고 다시 그 패권이 달러로 넘어가는 과정도 살핀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달러와 금의 태환(교환)을 정지한 탓에 오늘날 정치적·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저자의 지적도 흥미롭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비트코인을 다룬다. 비트코인은 통화가 될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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