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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대신 '하트 이모티콘'…감정대리인에 의존하는 현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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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관계 어려워하며 감정대리인 찾아
감정 소비 쉬울수록 마음근육 발달 저해
감정 공유·타인 감정 공감에 어려움 따라

카카오톡 조사에 따르면 매달 2,700여만명이 약 22억건의 이모티콘을 이용해 대화한다/사진=픽사베이

카카오톡 조사에 따르면 매달 2,700여만명이 약 22억건의 이모티콘을 이용해 대화한다/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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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대학생 A(24) 씨는 메신저 이모티콘을 모으는 게 취미다. A 씨는 "대화 중간중간 이모티콘을 덧붙여 보내면 글로 표현하기 애매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면서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다른 컨셉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인과 메시지로 주로 대화하는 직장인 B(30) 씨는 말끝마다 대화와 관련된 이모티콘을 붙이는 게 습관이다. B 씨는 "텍스트보다 이모티콘이 감정을 더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면서 "'사랑해'라는 텍스트보다 하트 모양이 담긴 이모티콘 스티커 하나가 표현이 더 쉽다"고 설명했다.

현대인 사이에서 이모티콘은 자신의 감정을 대신해 표현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자신의 마음을 대신 표현해주기 때문에 애용한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는 이모티콘 등 인간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콘텐츠를 '감정대리인'이라고 정의했다.


감정대리인 콘텐츠는 주로 메신저나 SNS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국내 메신저 '카카오톡'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1년 11월 카카오톡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이모티콘 상품은 6개에 불과했다.


이후 2018년에는 6,500여개로 증가했으며 매달 2,700만여명의 이용자가 약 22억건의 이모티콘을 주고받으며 대화한다. 이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모티콘에 의존함을 의미한다.

'트렌드 코리아 2019'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감정대리인에 대해 '감정 표현의 외주화'라고 설명했다. 즉, 자신의 감정을 다른 대상에 투영하고 대리 전달한다는 뜻이다.


오늘도 기분 업업! 업티콘5(terry)(좌), 굠이는 귤을 좋아해!(굠이)/사진=카카오 메신저 온라인 스토어 캡처

오늘도 기분 업업! 업티콘5(terry)(좌), 굠이는 귤을 좋아해!(굠이)/사진=카카오 메신저 온라인 스토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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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대인이 자신의 감정 표현을 불편해하고 회피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소통과 관계를 어려워하게 되고 결국 감정적 경험 대신 표현할 대체재를 찾는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이런 현상에 대해 "현대인의 약해진 감정 근육을 보살피고 키워줄 존재가 필요해진 시대"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대인들이 이러한 트렌드에 휩쓸려 감정 표현을 감정대리인에게 의존하게 될 수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YTN '사이언스 투데이'에 출연한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감정대리인을 찾고 소비하는 이유에 대해 "비대면 문화가 발달하면서 직접적으로 사람을 만나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감정대리인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감정을 너무 쉽게 소비하고 편한 감정만 표현하다 보면 (감정이) 마치 인스턴트식품처럼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자신에게 부정적이거나 슬픈 감정, 진중한 감정에 대해 마음에 담을 수 있는 마음 근육이 발달하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이 지속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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