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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선한 동기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

최종수정 2019.08.09 12:00 기사입력 2019.08.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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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선한 동기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

선한 동기가 반드시 선한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가 프랑스 혁명 후 로베스피에르의 반값 우유 정책이다. 1793년 로베스피에르는 폭등한 물가로 인해 불만이 가득한 서민들에게 값싼 우유를 제공할 목적으로 우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정부의 우유 가격 통제는 결국 건초 값 하락을 강제하게 됐다. 결국 건초를 만드는 농부는 수익이 나지 않자 건초더미를 다 태워 버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유 가격은 폭등했고, 연쇄효과로 버터, 치즈 등 유제품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됐다.


이와 비슷한 정책이 반값 등록금 정책이다. 대학 진학을 원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부담없이 대학을 다니게 할 목적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행되었다. 이에 대학은 급속한 재정 악화 상황을 맞았다. 그로 인해 대학의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모든 대학생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선한 의도와 달리 대학의 연구시설의 노후화,교수의 노령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10년간 해외에서 유학을 마친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더 이상 한국의 대학으로 공급되지 않고 국외에서 자리 잡는 빈도가 매우 늘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위의 나비효과로 유치해도 모자랄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오히려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 또한 빈번하다. 이유야 다양하지만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보수와 높은 요구의 연구 실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의 전성기를 맞이해야 할 젊은 조교수들이 해외로 떠나니 대학가는 당연 연구적 침체기가 올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이 선의를 가진 조그마한 정책들조차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키는데, 강제징용배상 판결로 인한 전범기업 자산의 강제매각 결정으로 촉발된 한일 간의 갈등이 불러올 결과 역시 예단하기는 힘들다. 외교관계란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국제 사회에서 힘없는 명분이란 우이독경보다도 못한 공허한 외침이다.


덩샤오핑이 얘기한 것처럼 '도광양회(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생각하는 예전의 우리가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일본에 비해 확실한 우위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이번 한ㆍ미ㆍ일 외무회담의 경우를 보면 일본의 경우는 이미 3자 외무회담 전에 미국과의 협의를 마치고 한ㆍ미ㆍ일 회담에 나섰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이해가 어느 편에 서야 더 큰 것인지를 알려주는 시그널이었다. 반면 모 기업회장의 반도체 부품의 'Japan Free' 선언 하루 만에 수출규제를 했던 품목의 수출허가를 내준 일본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기업의 역량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실감하게 됐다.

앞으로 본격화될 한일 간의 갈등에서 우리의 역량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직도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다. 특히 소재 산업에 대한 높은 일본 의존도는 부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기업들의 소재부품 독립화 작업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발맞춰 정부 또한 적절한 예산편성과 규제 혁파로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전쟁은 언어도단이 아니라 서로가 가진 무기로 싸우는 것이다. 이번 갈등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주변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싸움에는 세력이 필요하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우를 경계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내편을 만드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시작된 전쟁이라면 국민 모두가 정파를 떠나 진력을 쏟아야 한다. 친일이니 반일이니 하는 논쟁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반도체에 대한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그리고 앞으로 본격화될 금융전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경제전쟁에서는 한쪽의 일방적 승리를 얻기 어렵다. 결국은 승자 없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이 요구된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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