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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제2 기계시대, 경제 원리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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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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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능선을 넘었지만 앞으로 90%는 더 가야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웨이모'(알파벳의 자회사인 자율주행기술개발기업)에서 일하는 한 과학자의 말이다. 완전 자율주행차가 올해 상용화 될것이라는 당초 예측과 달리 별 진전이 없는 이유에 관한 설명이다. 비록 자율주행기술이 90% 완성되었으나 나머지 10%를 극복하는 데 지금까지 들인 시간적 비용의 9배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거대 기술 기업과 자동차 업계가 엄청난 돈을 투자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운전자의 꿈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

대만 출신의 컴퓨터 공학자이자 벤처자본가인 리 카이 푸는 인공지능(AI)의 시대에는 전례 없는 불평등이 일어나고 세계경제 지도가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AI세계에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보유할수록 더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고, 그럴 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선순환이 발생해 규모의 경제가 일어난다. 데이터는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이며 규율 수단으로 시장을 대체한다. 데이터 승자 독식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산업혁명과 달리 AI혁명은 특정 영역이 아닌 광범위한 분야에서 저임금 노동과 일부 고임금 노동을 대체한다. 기업은 엄청난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리 카이 푸는 글로벌 경제가 거대 시장을 가진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 되며 나머지 나라들은 두 나라의 하청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적 격차가 한 국가 내에서 뿐 아니라 여러 국가 간에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머신러닝(ML)은 AI를 기반으로 '데이터수집 →정보 분석→지식학습→정의된 활동'을 실행하는 알고리듬이다. 자동차주행에서 자산운용, 질병의 예측과 진단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얼마 전 한 데이터 과학자는 ML이 실전에서 질적 저하가 일어나는 문제를 인터넷 매체에 공유했다. 표본 데이터에 기반해 개발한 수학적 모형이 실제 사용 시 잘 들어맞지 않을 뿐 아니라 갈수록 그 성과가 저하되는 것이다.

일찍이 경제학이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ML도 당면한 것이다. 표본 안에선 아무리 뛰어난 예측모형이라도 표본 밖에서 예측력은 예외 없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예측하는 변수가 주가, 위기 확률, 성장률 같이 경제여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 주체들 간 상호작용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면 인식 기술과 달리 새로운 데이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영역에서 ML의 문제해결 능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인도의 콜카타 변두리 지역에서 460명의 젊은 여성들이 컴퓨터에 시각 능력을 부여하는 컴퓨터 비전 알고리듬을 훈련하는 기사를 실었다. 기술기업들이 AI공급사슬을 만들어 인도, 케냐, 필리핀 등 저소득 국가에서 수십 만명의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는 보도다.


ML모형에는 데이터가 백 만개 이상 들어간다. 이 때문에 각 데이터를 사람이 식별해주는 '레이블링(Labeling)은 사람 손이 많이 간다. 자율주행모델의 경우 고양이, 어린이, 집과 같은 기본적인 물체 뿐 아니라 운전자의 얼굴 표정, 눈의 깜빡임 등 피로도도 인식하기 때문이다.


AI는 제2 기계시대를 열었다. 한편 여전히 AI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도 존재한다. 더욱이 리 카이 푸의 주장대로 당장 승자독식이 일어나거나 저임금 노동이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 기술혁명이 뿌리를 내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년, 30년 후라도 다수 산업이 AI에 의존하고 경제원리가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나라 5월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 기록을 세웠다. 저출산은 그동안 정부가 쓴 천문학적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경제학자들은 자동화를 인구학적 변화, 즉 에이징의 산물로 본다. 자동화를 주도하는 기술혁명은 '사람이 기계와 함께 경쟁하는 시대'를 열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정부는 제2 기계시대에 걸맞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돈을 써야 한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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