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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관심 경제'는 어떻게 정치와 사회를 망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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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또 열어보고만 소셜미디어. 현란하게 편집된 짧은 '짤방'은 원예와 음식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집는 정보로 가득했다. 워낙 콘텐츠의 때깔이 좋고 공유 수가 많으니, 잠결에 하마터면 공유할 뻔했다. 가짜 정보였다. 세제를 화분에 주라고, 쌀에 플라스틱이 섞여 있다고, 유아식의 이물질을 자석으로 거르라고 등등. 가짜 뉴스에 과학자들은 반박 영상을 급히 만들고, 미 식품의약국(FDA)은 논평을 냈다. 사람들의 관심이란 곧 돈이기에 이처럼 대놓고 선동하는 확신범들 앞에서 상식과 양식은 속수무책일 뿐이다. 애꿎은 식물만 고달파지고 식품에 대한 공포만 확산된다.


'관심 경제'란 말은 사람의 관심이 가장 희소한 재화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대중의 관심을 얻는 자가 승자가 된다. 생각해보면 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관심이라는 재화에는 중독성이 있다. 내 한 마디에 세상이 좋아요와 하트와 공유로 반응하는 손맛은 돈보다도 끊기 어렵다. 오죽하면 '어그로'라는 현대용어가 있을 정도인데,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 콘텐츠로 도발한다는 뜻이다. 주목받기 위해 사람들의 고개를 억지로 돌릴 수 있는 비상식적 주장도 불사한다. 이 성공체험은 중독적이다. 점점 더 강한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날 돋친 비판도 쏟아낸다.

그러지 않아도 타인에 대한 훈계는 재미있는 법인데, 스마트폰의 베일 뒤에 숨어 다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으니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수위를 자연스레 넘나든다. 내 한 마디에 동요하는 사람들을 보니 그들의 마음을 지배한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 쾌감을 잊지 못해 '주작(做作ㆍ자작극의 은어)'을 하기도 하고, 아예 가짜 뉴스를 만들기도 한다.


근거 없고 비과학적인 과장된 주장들이 버젓이 활자와 영상이 돼 돌아다니고 소비된다. 공중파 수준 영상편집도, 신문보다 세련된 활자도 이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시대다. 황당한 저질도 포장만 그럴듯하면 상품이 된다.


너는 왜 나처럼 옳지 못하냐며 타자를 얕보는 훈계는 한 발자국 더 들어가는 순간 혐오를 부추긴다. 혐오의 진흙탕 속에서도 유명해지면 그만이다. 타인의 마음을 휘젓는 악당이 돼야 유명해질 수 있다니 씁쓸한 일이다. 그런데 악당을 사회가 기피하면 그것으로 끝이건만 놀랍게도 소비가 된다. 아무리 이상한 아무 말이라도 비슷한 마음의 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떠들 수 있는 온라인의 마력이다. 비슷한 발언을 하며 점점 감정을 서로 고양시켜 가고 그들만의 정의(正義)가 만들어진다.

이 시장이 꽤 크다. 현실에 지친 이들의 수만큼 크다. 바쁘고 지친 삶은 정보의 진위를 검토할 여유마저 치워버린다. 지적 활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힘이 없으니 대강 읽고 내 마음대로 해석해야 그나마 버틴다. 도대체 왜 글을 안 읽고 유튜브를 보는지 왜 글을 읽고도 오독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아직 덜 지친 상태다.


페이스북같은 플랫폼 업자들은 이런 현상을 굳이 단속할 동기가 없다. 인터넷은 만인이 함께 민주주의를 논하는 공론장을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집단지성은커녕 21세기 인터넷은 트럼프 현상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다시 혐한에 이르기까지 지친 이들의 관심을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치는 저 끝에 정의가 있다며 관심을 부추기고 동원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나도 모르게 폭주하도록 동원된 군중이 돼버린 건 아닌지 이제 스스로 멈추어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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