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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마련 호기" 기업들 금리 덕볼 때, 은행은 깊은 한숨

최종수정 2019.07.23 11:25 기사입력 2019.07.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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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기준금리보다 낮은 회사채로 차입금 상환 기회 활용
은행, 기업대출 늘려야 이익 내는 구조…수익성 악화 우려

"실탄 마련 호기" 기업들 금리 덕볼 때, 은행은 깊은 한숨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권해영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힘입어 채권시장에 '큰 장'이 섰다. 조금이라도 이자율이 높은 자산을 확보하려는 기관투자가들은 회사채 사재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덕분에 신용도가 우량한 국내 대기업들은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역대 최고의 조건으로 차입금 상환과 투자 등으로 사용할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다시 기준금리(1.50%) 아래로 떨어졌다. 전일 기준 국고채 최종호가 수익률은 만기 10년물이 1.465%, 20년물이 1.477%, 30년물이 1.475%를 나타냈다. 만기 10년물 이상 국고채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이후 3~4일 동안 70~90bp 하락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경기와 물가 전망치를 대폭 낮췄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금리 하락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도가 우량한 대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에 역대 가장 좋은 기회를 맞았다.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우량 회사채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투자 수요가 폭발하면서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도 국고채 금리와 동반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특히 만기 7년 이상의 장기물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하면 만기가 짧은 채권에 비해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차익이 더 크다.


이 같은 채권시장 분위기는 대기업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이 전날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30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30년물 200억원 발행에 600억원의 기관투자 수요가 모였다. 3년, 5년, 10년, 20년, 30년 만기 회사채 총 2500억원을 모집하는데 몰려든 매수 주문이 무려 1조4000억원에 달했다. SK텔레콤은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회사채 발행액을 4000억원으로 증액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금리 인하 전에 회사채를 발행한 우량 기업들도 1%대 금리로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포스코는 3년물 회사채 2000억원을 1.626%, 5년물 1300억원을 1.655%, 7년물 1700억원을 1.716%로 발행금리를 결정했다. 포스크는 최근 신용등급(AA+)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최고 신용등급인 AAA급 복귀를 앞두고 있다. 롯데지주(AA)는 3년물 회사채 2000억원의 금리를 1.665%로, 현대오일뱅크(AA-)는 5년물 회사채 600억원어치를 1.657%로 정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AA-), 현대트랜시스(AA-), 호텔롯데(AA), SK종합화학(AA) 등도 1.70% 내외의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회사채 발행을 계획 중인 기업들도 역대 최저 금리 수준의 자금 조달을 기대하고 있다. GS리테일(AA)이 이날 3년물과 5년물 회사채 2000억원을 모집하는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같은 날 대신에프앤아이(A)도 3년물과 5년물 8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에 나선다. LG상사(AA-), GS글로벌(A-), 대신증권(A+)도 뒤따를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름 이후로 회사채 발행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완화되고 조달 비용 관점에서 기업어음(CP)과 은행 차입 대비 회사채의 매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9월 이후 회사채 발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주택담보비율(LTV) 규제, 예금대비대출비율(예대율) 규제 등 각종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대신 우량기업 위주로 기업대출 자산을 늘려야만 이익을 낼 수 있다"며 "그러나 저금리로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아지니 은행 차입 대신 회사채로 눈을 돌리고, 만기 도래 대출은 물론 향후 만기가 한참 남은 것도 쌀 때 잡는다며 상환하는 경우가 있어 운용자산을 굴리는 데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저금리 외에도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이 같은 현상을 심화시켰다. 통상 채권은 장기 운용의 불확실성이 큰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은데, 최근 시장에서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전망이 커지면서 장기물로 수요가 집중해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더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장기로 회사채를 발행해 은행 차입이나 기업어음(CP) 등을 상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시장이 향후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 또한 높아지는 상황이다.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저금리, 회사채 발행 증가로 은행 대출을 받거나 일부 상환한 회사들의 이자 부담이 완화되면 그만큼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며 "전반적으로 최근의 저금리 현상이 은행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량기업 회사채 발행 증가에 따른 영향은 이자마진 축소 뿐 아니라 충당금 축소까지 여러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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