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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아닌 인도적 체류자 카림씨 "보호소에서 2년 버텼지만…"

최종수정 2019.06.20 11:38 기사입력 2019.06.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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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자격으로 체류 1년 허가
기간 짧아 안정적 일도 못해
정부는 '난민에 소극적' 불인정

난민 아닌 인도적 체류자 카림씨 "보호소에서 2년 버텼지만…"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카림(가명)씨는 난민이다.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한국에 산다. 실제 처지는 난민이지만 법적 분류는 '인도적 체류자'다. 한국은 공식적인 '난민' 지위를 잘 주지 않는 나라다.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인도적 체류자 카림씨를 인터뷰 했다. 신변 위협 때문에 출신 나라를 숨겨달라는 그는 2002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그러다 또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의 불법행위를 정부에 신고한 적이 있는데, 이 일 때문에 관련 단체로부터 위협을 받았고 한국에 난민을 신청했다.


심사는 2년여간 진행됐다. 그 사이 카림씨는 '외국인 보호소'에서 지냈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끔찍했던 날들이다. 카림씨는 "보호소 직원들이 우리를 때리거나 소리를 질러 공포에 떠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어차피 90% 이상은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라고 돌이켰다.


카림씨는 그곳에서 교도소나 구치소에 있다 나온 전과자들과도 같이 생활했다. 같은 나라 출신들이 몸싸움을 벌이거나 타 인종을 미워하고 다투는 것을 목격하면서 하루하루가 너무나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30분 밖에 나갈 수 없었어요"라며 말 끝을 흐렸다.


2년이란 악몽의 결과는 난민 인정이 아니라 인도적 체류허가였다. 고난은 그렇게 다시 시작됐다. 인도적 체류허가는 기타 자격(G-1)으로 분류된다. 체류기간은 1년, 취업도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난민 지위를 받으면 3년에, 허가 없이 취업 가능하다. 각종 사회보장 혜택에서도 차이가 크다. 카림 씨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돌아다닌 한국의 도시 이름을 하나씩 기억해냈다. 안산, 동두천, 인천, 광주, 울산…. "소개소에서 일이 있으니 와보겠냐고 하면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않고 무조건 뛰어갔어요." 그러나 막상 일터에 가도 G-1 비자인 것을 확인한 사업주는 그를 잘 고용하지 않았다. 체류기간이 짧아 안정적으로 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난민 신청은 4만8906건(1994년~2018년)으로 2만3208건이 심사 결정이 종료됐다. 이 중에서 인도적 체류는 1988건, 난민 인정은 936건이다. 난민 신청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까다로운 인정 기준을 유지하려다보니 어정쩡한 신분의 인도적 체류자가 양산된 된 것이다. 지난해 통계만 봐도 인도적 체류는 514건으로 난민 인정 144건보다 3.5배 많다.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인도적 체류자는 한국 내 취업이 봉쇄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 제도는 '자발적 귀국 촉구'를 압박하는 데 쓰이는 것"이라며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의) 난민이 맞다면 보호해야 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정부도 난민을 둘러싼 왜곡된 정보나 우려 등을 해소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국으로 돌아갈 순 없는데 한국에선 밥벌이가 어렵다 보니,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정부는 난민 인정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난민 인정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란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들어오는 난민 신청 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외국의 난민 인정 수치와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며 "지난해 난민 신청자 국적을 보면 카자흐스탄이 가장 많고 러시아·말레이시아·중국 등 순인데 시리아·아프가니스탄·남수단 등이 대부분인 서구 유럽 사회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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