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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수만㎞ 비행하는 철새의 능력은?

최종수정 2019.06.20 06:30 기사입력 2019.06.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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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펀디 만에서 바다 위를 비행하고 있는 퍼핀(바다오리)의 모습. [사진=옥스퍼드대]

캐나다 펀디 만에서 바다 위를 비행하고 있는 퍼핀(바다오리)의 모습. [사진=옥스퍼드대]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철새들이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또 거칠고 험난한 고행을 감수하면서까지 새들이 이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철새들의 이동거리는 짧게는 수백㎞에서 길게는 수만㎞에 이릅니다. 시베리아의 일부 철새들은 시베리아에서 호주 대륙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제비갈매기의 일부 종은 남극과 북극 사이를 오가기도 합니다. 아일랜드 바다오리는 대서양을 횡단하고, 알바트로스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수시로 대양을 횡단합니다.


새들이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본능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커다란 위험이 따르는 일입니다. 안정적인 랜드마크가 없는 바다 위를 날아가면서 방향을 찾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데다 거리마저 엄청나게 멉니다. 게다가 환경변화도 극심해 새들에게는 극한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들이 그토록 먼 거리를 쉬지 않고 비행하면서도 정확하게 길을 찾는 비결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대표적으로 어미를 따라 이동하면서 이동루트를 기억해 그대로 이동하는 학습에 의한 이동, 태양과 별자리를 기점으로 삼아 이동하는 방법,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신빙성 있는 이론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새의 뇌 속에 들어 있는 자철광이 지구 자기장의 방향을 감지해 이동한다는 학설입니다. 새들의 머릿 속에 저마다 나침반이 심어져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최근에는 새들이 후각을 이용해 이동한다는 학설도 설들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이탈리아 피사대 공동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후각이 마비된 새들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스페인 메노르카 섬 연안에 서식하는 슴새(Scopoli's shearwater) 32마리를 후각을 마비시킨 그룹과 작은 자석을 부착시킨 그룹,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그룹 등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GPS를 부착해 움직임과 행동을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실험결과 후각을 마비시킨 새들이 심각한 이상 행동이 나타났는데 해안과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사냥터를 오가는데는 성공했지만, 둥지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특히 바다를 건널 때 다른 그룹과 확연히 다른 행동을 보였습니다.


육지가 보이지 않는 먼 바다에서는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잘못된 방향으로 바다를 건넜는데 마치 현재 위치를 확인하지 않고 나침반을 따라 나서는 것과 같았고, 새들은 둥지가 있는 육지에 거의 접근해서야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연구팀은 "새들이 육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벗어나면 '후각 지도'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러나 이후에는 익숙한 랜드마크를 보고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면서 "새의 후각이 바다 위를 건너는 장거리 비행과 큰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알바트로스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대양을 횡단하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알바트로스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대양을 횡단하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새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이유도 단순히 먹이 때문이 아니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옥스퍼드대와 노르웨이 자연연구소 등 8개 대학과 연구소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철새인 바다오리(puffin) 연구를 통해 퍼핀이 더 멀리 이동할수록 이듬해 번식에 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동하는 이유에 대해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이 8년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바다오리 무리 등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먼 거리를 이동할수록 그에 따른 대가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행에 드는 시간이 길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이로 인해 원 서식지로 돌아왔을 때 건강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듬해 여름에 새끼를 낳는데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이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다른 무리와 경쟁, 서식지의 질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무리의 규모가 더 크거나 주변의 경쟁이 더 치열할 경우에 겨울 동안 더 멀리 이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경향이 바다오리 한 가지 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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