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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처음이라] 이 사건 맡을 수 없습니다·맡길 수 없습니다…재판부 기피·회피제도

최종수정 2019.06.16 18:21 기사입력 2019.06.1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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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처음이라'는 법알못(알지 못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소소한 법 궁금증을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법조기자들도 궁금한 법조계 뒷이야기부터 매일 쓰는 사건 속 법리와 법 용어까지 친절하게 설명해드립니다.


[법은 처음이라] 이 사건 맡을 수 없습니다·맡길 수 없습니다…재판부 기피·회피제도

지난주 ‘사법농단 문건을 비공개한 법원행정처의 결정은 옳다’라는 취지의 행정소송 2심 결과가 나오고 서울중앙지법·고법이 있는 서초동이 들썩였습니다.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했던 1심과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건데요. 재판의 결과를 차치하고서라도, '재판 자체를 맡았던' 재판부에 대한 공정성 비판이 일었습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 3부의 재판장이 다름 아닌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문용선 부장판사였기 때문이죠. 그는 검찰이 대법원에 비위통보를 한 법관 66명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이 때문에 “문 부장판사가 스스로가 재판을 회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습니다.


참여연대는 법원행정처가 비위통보가 된 법관 66명을 대법원이 공개하지 않아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인지 사전에 알 수 없어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요청하지(기피신청) 못했다면서 이들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재판이 각종 사유로 불공정할 수 있다고 여겨지면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고 재판부는 회피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유명사건을 토대로 재판부 기피·회피에 대해 살펴보고, 뜯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유명사건으로 보는 소송당사자의 기피나·법관의 회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가장 최근 언론에 보도된 건은 ‘사법농단’ 사건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내며 각종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는 임종헌 전 차장입니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장 판사 윤종섭의 경우 추가 구속영장 발부 과정, 재판진행 과정, 그리고 증인신문 과정에서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남용했다”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면서 어떻게든 피고인을 처단하고야 말겠다는 오도된 신념 내지 사명감에 가까운 강한 예단을 가지고 재판을 진행해왔다”고 주장하며 재판부를 기피했습니다. 재판부를 기피하면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기피에 대한 심리를 하게 되고 본안 형사사건의 재판은 기피 인용·기각이 될 때까지 정지됩니다.


[법은 처음이라] 이 사건 맡을 수 없습니다·맡길 수 없습니다…재판부 기피·회피제도

재판부가 재판을 회피한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수행비서에게 위력을 이용해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사건입니다.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1번씩 회피했는데요.


지난해 2심에서 사건을 배당받았던 서울고법 형사8부는 안 지사가 새로 선임했던 변호사와 연고관계가 있다면서 재배당을 요구한 겁니다. 이에 서울고법은 형사12부가 이 사건을 맡은 바 있습니다.


상고심에서도 재판부가 사건을 회피했습니다. 이 사건의 상고심을 처음 배당받은 대법원 1부에서 2부로 변경됐습니다. 이 사건의 1부 주심인 권순일 대법관이 충남 논산 출신으로 안 전 지사와 지인관계가 있다면서 회피했습니다. 권 대법관이 사건을 회피하면서 2부(주심 김상황 대법관)이 맡아 심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종 소송의 제척·기피·회피 뜯어보기
대법원 정의의 여신.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정의의 여신.사진=연합뉴스


형사소송법은 제 2장 17조부터 25조까지 법원직원의 제척·기피·회피를 정해두고 있습니다. 이 법은 법관의 직무집행 제척에 대한 기준을 7가지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제척은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정사건의 당사자, 특수 관계에 있는 법관 등을 집무에서 배제하는 것을 뜻합니다.


제척 사유는 ▲법관이 피해자인 때 ▲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인 때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인 때 ▲법관이 사건에 관해 증인, 감정인,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된 때 ▲법관이 사건에 관해 피고인의 대리인, 변호인, 보조인으로 된 때 ▲법관이 사건에 관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행한 때 ▲법관이 사건에 관해 전심재판 또는 그 기초되는 조사, 심리에 관여한 때입니다. 제척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법관이 불공정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와 변호인이 피고인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않을 때에 한해 법관에 대한 기피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관도 앞에서 소개해드린 제척사유, 기피의 원인과 동일한 이유가 있으면 재판을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피 신청을 한 경우에는 3일 이내에 서면으로 소명해야 하고, 이를 어기거나 소송 지연 목적으로 기피 신청을 할 경우에는 기각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도 1장 2절(41조~50조)에 제척·기피·회피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법상 제척사유로는 ▲법관 또는 그 배우자나 배우자였던 사람이 사건의 당사자가 되거나, 사건의 당사자와 공동권리자ㆍ공동의무자 또는 상환의무자의 관계에 있는 때 ▲법관이 당사자와 친족의 관계에 있거나 그러한 관계에 있었을 때 ▲법관이 사건에 관해 증언이나 감정(鑑定)을 하였을 때 ▲법관이 사건당사자의 대리인이었거나 대리인이 된 때 ▲법관이 불복사건의 이전심급의 재판에 관여했을 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다만, 다른 법원의 촉탁에 따라 그 직무를 수행한 경우, 당사자가 법관을 기피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안에 관해 변론하거나 변론 준비기일에서 진술을 한 경우에는 기피신청을 하지 못합니다.


행정소송법에는 기피·회피·제척 조항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행정소송법 8조2항은 행정소송에 관해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해서는 법원조직법과 민사소송법 및 민사집행법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사소송법이 규정한 제척·기피·회피 사유에 따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법관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는 법관이 제척 사유 등이 있어서 배당된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을 때 사건이 재배당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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