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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도 불안하다"…불법촬영 범죄에 떠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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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천국 - 하>몰카포비아 대책은 없나

'불법촬영 범죄' 실형 선고 비율 10%
"반성한다"는 피의자 말에 재판부 솜방망이 처벌
양형기준도 없어 같은 범죄에 형량 들쭉날쭉
대법원, 오는 10일 전체회의서 양형기준 논의

"내 집도 불안하다"…불법촬영 범죄에 떠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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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지난달 강원도 속초의 한 여고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몰래카메라(몰카)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학생들은 휴대전화 '몰카 탐지' 애플리케이션(앱)을 작동했고, 세면장에서 몰카가 감지됐다. 학생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전문장비를 통해 숙소를 점검한 결과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몰카포비아'에 떨고 있다. 여성들은 공중화장실, 숙박업소 등에 들어설 때마다 몰카 걱정부터 시작한다. 벽이나 거울, 실내장식에 작은 구멍이라도 보일 땐 기필코 그 건너편을 확인해야 한다. 심지어 최근엔 망원카메라나 드론을 이용해 집안을 촬영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내 집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된 불법촬영에 대한 1심 유죄판결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과 집행유예가 각각 46%와 4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10%에 그쳤다. 실형 선고율이 낮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양형 기준도 없어 형량은 들쭉날쭉이다.


지난해 6월 여성 치맛속을 9번이나 불법촬영한 A씨에 대해 재판부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지난해 7월 휴대전화로 6회에 걸쳐 여성 신체부위를 불법촬영한 B씨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적발 두 달 전 대학원생 기숙사에 침입해 자위행위를 해 벌금형을 처벌받은 이력도 있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위반으로 유죄가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불법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가수 정준영이 29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불법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가수 정준영이 29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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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불법촬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선 보다 엄격하며 구체적인 처벌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 노력했다'거나 '반성한다'는 이유만으로 재판부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경우가 반복되며 우리 사회가 불법촬영 범죄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관계자도 "불법촬영물을 퍼트리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며 "제3자가 불법촬영물을 다운받아 재유포할 경우엔 성폭력 처벌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도 보완해야 할 공백"이라고 했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대법원은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오는 10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실질적 대안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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