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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천국]"죄책감 갖지 말라"…몰카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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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몰카 권하는 사회

정준영 몰카범죄 논란에도 판매상들 거리낌 없어
온라인에선 용도별 분류, 미성년자도 손쉽게
변형카메라 등록제·구입자 신상정보 등록 법안
일부 국회의원 반대에 국회 계류

3일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한 카메라 매장 직원이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호경 기자)

3일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한 카메라 매장 직원이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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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최호경 수습기자] "몰랐죠? 제가 제품 보여드릴 때부터 손님 찍고 있었어요."


3일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만난 몰래카메라(몰카ㆍ법적 명칭 변형카메라) 판매상은 기자에게 손목시계형 제품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해당 제품을 컴퓨터에 연결하자 기자 얼굴과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판매상은 "풀HD(Full HD)급 화질로 녹화 된다"며 제품의 자랑을 이어갔다.

전자상가에서 몰카를 구매하는 건 편의점에서 음료수 사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카메라 전문매장이 모여있는 층에는 '몰래카메라'라는 푯말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이날 방문한 10여 곳 매장에서는 손목시계형 외에도 볼펜ㆍ라이터ㆍ물병 형태 등 수많은 종류의 몰카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최근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하고 유포한 가수 정준영(30) 사건 등 몰카 범죄가 논란이 됐지만 판매상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제품 구매를 망설이자 한 판매상은 "얼마 전 라이터형 몰래카메라를 구입한 손님이 이를 담뱃갑에 넣어 잘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여전히 많은 이들이 몰카를 구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판매상은 자신의 경찰 인맥을 자랑하며 "많은 손님이 증거수집이나 자기방어용으로 구입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온라인 매장에서의 몰카 판매는 더 노골적이다. 인터넷에 '초소형 카메라'를 검색하자 몰카 수백종이 가격대별로 검색됐다. 한 사이트는 제품을 '불륜ㆍ외도', '파파라치' 등 용도별로 정리해 놓는가 하면, '절대 들키지 않는다'는 사용 후기 수천여개가 구매를 재촉하기도 했다. 또 대부분의 온라인 매장에서 미성년자도 성인인증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회원가입 절차에서 성인인증을 거치는 온라인 매장은 거의 없었고, 인증 절차가 있더라도 '비회원 구매' 과정을 거치면 미성년자도 제재 없이 몰카 구입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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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판매와 구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온ㆍ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몰카 대부분은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합법제품이다. 전파관리법상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적합성 평가만 거치면 몰래카메라는 국가 인증 제품이 된다. 문제는 몰카의 성능과 형태가 날로 발전해 언제든 쉽게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자 변형카메라 판매자 등록제를 통해 유통 단계부터 시장을 관리하려는 시도도 나온다. 법 개정이 필요한데,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줄도산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법안 통과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지난해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변형카메라를 개인이 소지했을 때 신상정보 등을 등록해 무분별하게 구매할 수 없도록 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1년 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최호경 수습기자 ch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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