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우리는 성장을 포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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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야간집회 등 의도적 민원 발생, 현장 출입 봉쇄 불법 집회,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 검사 및 비(非)노조원 현장 출입 봉쇄, 회사 기물 훼손 현장관리자 폭행, 합의 없는 작업 시간 준수 강요, 타 노조 근로자 해고 종용. 한 언론 매체가 "해도 해도 너무한 건설 노조 조폭식 갑질"이라며 보도한 건설 현장의 실태다.


불법이 이렇게 판을 쳐도 이를 단속하거나 노조에 책임을 물리는 일은 매우 드물다. 노조가 법 위에 군림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것이 한국의 노사 현장이다.

기업의 불법에 대해서는 정부도 감시하고 노조도, 시민단체도, 언론도 감시한다. 사방에 매의 눈빛이 번뜩인다. 한 번 걸리면 골로 간다. 그러나 노조의 불법에 대해서는 당하는 쪽만 있지 감시하고 처벌하고 규율하는 주체가 없다.


생각해보자. 노조의 불법ㆍ탈법 강요가 극성을 부리는 나라와 그것이 불가능한 나라 중 당신은 어느 나라에 투자할 것인가.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파업에 대한 불안이나 노조의 일탈로부터 자유로운 나라에 투자할 것이다.

바로 이 현상이 지금 한국 경제에 나타나고 있다. 토종 기업이 국내 투자는 줄이고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외국 기업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9.5% 감소했다. 10년 만에 기록한 최대의 하락 폭이다. 설비투자는 2016년 1.3% 감소했다가 2017년에 14.6% 늘어나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3.8%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하락세다.


반면에 해외직접투자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직접투자액은 498억달러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2015년 271억달러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183%) 증가했다. 이 가운데 특히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증가세는 놀랍다. 지난해 31.5%나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기업만 한국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2013년 한 해를 제외하고 과거 10년간 꾸준히 증가해온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최근 3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올해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35.7%나 줄었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와 외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의 상대적 배율이다. 이 배율은 '국내로 들어온 투자액'보다 '해외로 나간 투자액'이 얼마나 더 많은지를 보여준다. 편의상 '투자적자배율'이라 이름을 짓자. 최근 10년간 추이를 보면 2013년에 2.08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4년 1.42, 2015년 1.30으로 하락했다. 균형(1.0)을 향해 전진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다시 상승해 2017년에는 1.9, 지난해엔 1.85로 2년 연속 나간 돈이 들어온 돈보다 2배 가까이 많아졌다. 정부가 지난해 사상 최대 FDI를 자랑하며 팡파르를 울린 그 순간에도 그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 같은 국내 투자 기피 현상을 모두 노사 관계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지난해 5월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조사에서 조사 대상 63개국 중 한국의 노사 관계 효율성은 53위로 바닥을 쳤다. 그렇다고 기업 효율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43위로 낮았다. 낮은 생산성과 불투명한 경영 관행이 기업 효율성이 저평가된 원인이다. 물론 이것도 높여야 한다. 생산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가 노사 관계라는 점도 우리는 잘 안다. 결국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노사 관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다. 정부는 기업에는 매우 엄격한 훈장 노릇을 하면서 노조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정부가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스스로 교정하지 않는 한 기업의 한국 이탈 현상은 더욱 가속될 것이다. 투자 없는 성장은 신기루다. 성장률이 1%대로 낮아지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치는 사태가 가까운 미래 우리의 현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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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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