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사회적 합의…낙태법 개정 속도조절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4일 만에 나온 이정미 의원안
주수 규정 등 비판 목소리
주무부처 법무·복지부 신중론
"판결문 취지 따라 내부 검토 중"
입법 공백 장기화 부작용 방지
임신중단약물 허용 검토 주장도
낙태죄에 대한 위헌판결이 난 1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위헌을 촉구했던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판결 소식을 들은 뒤 환호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폐지를 결정했지만 후속 법안 마련을 위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정해야 할 사안이 매우 많고 시각이 첨예하게 갈리는 분야라, 서둘러 결정하기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자는 의견이 많아서다. 다만 입법 공백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선 당장 임신 중단 약물 허용 등 추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헌재가 정해준 입법기한은 내년 말이다.
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 10인이 지난달 15일 제안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외 추가적으로 발의된 낙태 관련 의안은 아직 없다. 입법부의 신중론은 이 의원의 발의 후 강해진 모습이다. 헌재가 헌법불합치를 결정하고 4일 만에 나온 이 의원의 개정안은 이미 당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법안은 임신 14주까지는 임신부의 요청만으로, 22주까지는 사회·경제적 사유로 임신을 중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주내용이다.
매우 예외적 상황에서만 낙태를 허용하는 현행법보다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크게 강화한 내용이지만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의당 여성주의자모임이 최근 이 의원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낸 데 이어, 같은 당 중앙여성위원회도 지난달 23일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곽수진 정의당 여성주의자모임 운영위원은 "헌재의 결정문을 기계적으로 해석해 (낙태를 허용하는 임신) 주수를 규정한 것으로 봤다"며 "사회·경제적 사유는 국가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며 이는 여성의 재생산권을 '경제 문제'로만 사유하도록 만든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역시 신중론을 견지하는 건 마찬가지다. 두 부처는 현재 사안을 논의할 기구 선정 문제와 일정·방법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판결문 취지에 따라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며 "헌재에서 설정한 기한이 있기 때문에 취지에 맞게 개선 입법을 명확하게 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지난 1953년 제정된 이후 66년간 유지돼 온 낙태죄 헌법 위헌 여부 판결을 앞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년학생단체 소속 관계자들이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시민사회계 역시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회와 정부가 논의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곳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위헌 결정이 아니라 헌법불합치로 입법부에 변화의 책임을 넘겨 준 점이 아쉽다"면서도 "졸속 입법으로 입법 공백을 메우기보다는 논의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의 입법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가시적 변화가 먼저 관찰될 곳은 의약품 분야로 보인다. 입법 공백 중 발생할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임신중단 약물 등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은주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입법기한인 내년 12월31일까지 1년이 넘는 기간 여전히 여성들은 낙태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보건당국에 임신중단 약물 도입 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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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안을 관장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도입 허가를 요청하는 기업이 있으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식약처는 관련 약물의 용량이나 용법 등 기초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입·판매 허가를 신청한 기업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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