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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규제에 멍 들어가는 헬스케어 산업

최종수정 2019.03.22 12:00 기사입력 2019.03.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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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다.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IT가 뿜어내는 빅데이터들은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질적으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삶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의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IT와 웨어러블 기기의 결합은 '건강한 삶'의 정의를 새롭게 써가고 있다. 또한 최근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 JP모건이 합작해 헬스케어 회사를 설립해 약 100만명의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러가지 헬스케어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 등 IT 공룡 기업들은 '헬스케어'에 자사의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헬스케어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이유는 사람들이 아닌 규제 때문이다. 최근 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가 전 재산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를 포기하고 인수자를 찾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절규한다. "규제는 심하고 수익은 내기 어려운 이런 환경에서는 혁신은커녕 기업이 설 땅조차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정부가 그렇게 육성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을 구렁텅이로 몰아 넣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경우 65세 고령자 인구가 28%를 넘자 2015년부터 원격의료와 관련된 규제를 풀어 영상진료는 물론이고 처방약까지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재택 원격 의료시스템을 2020년까지 완비하기로 했다. 2017년 일본의 재택 의료보고서에 따르면 재택 원격의료로 의료비 지출이 30% 이상 감소했다. 중국은 2016년부터 원격의료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스마트폰으로 진료 받은 사람은 1억명이 넘었다. 인도네시아에선 200만명 이상이 스마트폰 원격진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최초 원격 의료회사 텔라닥의 가입자는 2016년을 기준으로 1750만명이다.


우리나라도 의료 낙후 지역에서는 원격의료를 사용하지만 일본과 중국의 경우와는 다르게 오직 의사ㆍ의사 간 원격 의료만이 허용된다. 즉 직접적으로 헬스케어 기술이 의사ㆍ환자 간 의료를 매개할 수 있음에도 규제에 막혀 세계의 추세와는 다르게 발전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또한 원격관리에서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재택 산소치료는 약 20만명이 활용 중인데, 몸에 첨단장치를 삽입하고 병원의 원격관리를 받을 수 있고 위험할 때는 신속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보건의료 규정으로 환자가 몸에 첨단 장치를 삽입해도 모니터링과 조정 장치는 켜놓을 수 없다.


이러한 의료규제로 인해 해외로 진출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창업기업 수는 4144개이다. 이 가운데 의료기기 및 보건의료업체는 60.1%인 2493개이다. 의료 빅데이터 하나 제대로 쓸 수 없는 규제로 인해 보급 직전의 단계까지 제품을 만들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기업도 있다. 세계는 IBM 왓슨처럼 AI, 빅데이터 등 ICT가 의료산업에 융합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은 각종 이익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규제개혁에 소극적이다.

물론 다른 분야에 비해 헬스케어 산업의 규제 개혁에 둔감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사람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항이니 변화에 당연히 보수적이어야 하고 개인정보의 보호, 수요의 다양화 등 망설여지는 부분들이 상존한다. 하지만 극단적 정보 불균형성을 보이는 의료시장의 개선 및 발전을 위해서 규제 혁신은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IT 산업의 발전으로 삶의 질이 상승한 것처럼 의료 산업에 IT가 접목된 의료 서비스 품질은 올라가고 비용은 절감될 것이다. 정부는 말뿐인 기업 살리기가 아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규제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이상근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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