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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북카페] 인간 창의력, 당근도 채찍도 필요 없답니다

최종수정 2019.03.08 09:50 기사입력 2019.03.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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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1위…'3·1운동 100주년' 역사서 강세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아시아경제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에서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 충무로 북카페 순위 집계 기준 3개월여 만에 베스트셀러 1위가 바뀌었다. 지난해 12월부터 1위 자리를 지킨 혜민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 한 계단 내려와 2위에 자리했다. 새로 1위에 등극한 책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 지난 집계에서 2위였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과 자리를 바꿨다. 겨울 동안 내면의 깊이를 더한 이성이 기지개를 켜고 움직이는데 그 방향은 '실용' 그리고 '역사'다.


아시아경제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번 달 4일까지 판매된 책을 대상으로 베스트셀러 순위를 매겼다. 인터파크·교보문고·예스24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판매량 순위를 참고하되 본지 문화부 기자들의 평점을 더해 종합점수를 집계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역사서가 강세를 보였다. 일상생활의 지혜를 배우는 경제·인문 관련 책이 강세였다. 반면 소설은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충무로 북카페] 인간 창의력, 당근도 채찍도 필요 없답니다

1945년 독일의 심리학자 카를 둔커가 인간의 창조성을 시험한 '촛불 실험'에 대한 내용이 발표됐다. 책상 위에 성냥, 초, 압정이 담긴 상자를 두고, 사람들에게 초를 키도록 한 것이 실험의 내용. 단 책상에 촛농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피실험자들은 대략 7~9분 만에 방법을 찾아냈다. 17년 후 프린스턴 대학의 샘 글럭스버그 교수가 같은 실험을 했다. 이번에는 방법을 찾아내면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피실험자들이 방법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둔커가 실험했을 때보다 3~4분이 더 걸렸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62~64쪽)에 소개된 내용이다. 저자 야마구치 슈는 촛불 실험을 통해 대가를 약속하면 오히려 인간의 창조적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상이 따르면 정신적으로 손실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려 하고,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대가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야마구치가 결론적으로 확인시켜주고자 하는 것은 기업의 혁신과 성과금의 상관관계다. 그는 기업이 혁신을 위해 성과금을 약속하지만 촛불 실험을 통해 효과가 없음을 알 수 있다고 명확히 결론 내준다. 인간이 창조성을 발휘하려는 태도는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당근도 채찍도 필요 없으며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만 만들어주면 된다고 덧붙인다.


책의 제목에 철학을 담았지만 내용은 철학과 심리학의 경계를 오간다. 유연하고 실용적이다. 변화가 너무 빨라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가치다. 이 책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장 폴 사르트르, 카를 구스타프 융이 등장하지만 이마누엘 칸트, 바뤼흐 스피노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철학만 발췌해 설명해준 것은 바빠서 어려운 이론서를 읽을 시간이 없다는 현대인들에게 미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주 집계에서 10위에 오른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책도 실용적인 면을 강조한 책이다. 인간의 심리를 통해 경제학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와 비슷한 면이 있다. 저자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는 인간 심리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자다. 변호사이자 코미디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프 크라이슬러가 함께 글을 써 재미를 더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와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은 저자도 다르고, 출판사도 다산초당과 청림출판으로 다른데 표지의 분위기는 묘하게 닮았다.

[충무로 북카페] 인간 창의력, 당근도 채찍도 필요 없답니다

지난 1일은 3.1 독립운동 100주년이었고 내달 11일은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이에 역사 관련 서적도 이번 집계에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도올 김용옥이 쓴 우린 너무 몰랐다가 지난 집계 5위에서 이번에 4위로 올라섰다. 한국사 강사 설민석이 어린이 학습 만화 콘텐츠 개발 전문 작가 팀 '스토리박스'와 함께 만들어 지난달 22일 발간한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9'은 3위에 올랐다. 지난 집계에서는 9위였다.


우린 너무 몰랐다는 제주 4·3과 여순민중항쟁의 역사를 다뤘다. 제주 4·3과 여순민중항쟁은 1945년 광복과 1950년 6·25의 중간에 발생했다. 광복 후 왜 민족이 하나가 되지 못했는지 그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교훈을 삼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9는 지난 집계 당시 출간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약판매만으로 9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은 어린 자녀들의 교육용 책으로 부모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9편은 독립운동을 주제로 다뤄 시기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이번 집계에서는 소설책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 10위 안에 들었던 기욤 뮈소의 '아가씨와 밤'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 집계에서 각각 9, 10위에 올랐던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과 히가시노 게이코의 '마력의 태동'도 이번 집계에서는 빠졌다. 히가시노의 소설은 마력의 태동 대신 '인어가 잠든 집'이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집계에서 유일하게 10위 안에 든 소설이다. 지난 집계에서는 소설이 세 권이었다.


인어가 잠든 집은 뇌사 상태에 빠진 딸을 둔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다. 담담히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려다 딸의 손이 꿈틀거리는 것을 본 후 부모가 혼란에 빠지는 내용이다. 일본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지난해 11월 개봉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공부머리 독서법', '꽃을 보듯 너를 본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지난 집계에 이어 이번에도 높은 순위를 유지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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