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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테이블 올라가" 목격자 윤지오, 그날 뭘 봤나 [사건의 재구성]

최종수정 2019.03.08 13:30 기사입력 2019.03.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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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좌) 사진=연합뉴스

고 장자연(좌)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언니가 테이블 위에 올라간 것도 처음 보았고, 그렇게 테이블에 올라간 언니를 누구도 만류하거나 안전하게 내려오는 조치를,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렇게 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고 강압적으로 언니를 끌어당겨 무릎에 앉혔고 성추행까지 이어졌었습니다”


성접대 강요 등을 폭로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장자연 씨의 동료 배우 윤지오 씨가 7일 오후 ‘KBS’ 스튜디오에 출연해 장 씨가 성추행을 당하던 순간을 증언했다. 이날은 장 씨가 세상을 떠난 10번째 기일이다.


그는 2009년 3월7일 성접대 강요 등을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 수사 결과 처벌받은 사람은 소속사 대표와 전 매니저 둘뿐이었고, 성접대와는 관련 없는 폭행 등 혐의만 적용됐다.


성접대 대상으로 거론된 인물들은 현재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 가운데 윤 씨의 증언에 세상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씨는 이른바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다.


배우 윤지오 인터뷰.사진=KBS뉴스 캡처

배우 윤지오 인터뷰.사진=KBS뉴스 캡처



“장자연 문건, 연예 언론 재계 인사들 나열”

윤 씨는 ‘KBS’에 출연, 장 씨와 동료 배우 관계였다면서 소속사를 들어가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소속사에서 신인 배우는 자신과 장 씨가 유일했다며 이런 이유로 각별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장 씨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문건을 보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대표의 지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님께서 자연이가 너희에게 쓴 말이었다, 네가 와서 확인을 해야 한다 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그 자리에 가게 됐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문건 내용에 대해서는 “이름들이 쭉 나열된 한 장이 넘는 리스트가 있었고 고인이 된 언니가 심적으로 겪어야만 했던 고통을 토로한 문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장씨가 남긴 문서 7장 중 소각된 것으로 알려진 3장에 연예계, 언론계, 재계 인사들이 나열돼 있었다며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건 중 ‘조선일보 사장의 이름도 있었습니까’라는 앵커 질문에 “저는 현재 어떠한 신변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태여서 말씀을 섣불리 드릴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답변을 하지 못했다.


“테이블 위 장자연 강압적으로 무릎에 앉혀”

윤 씨는 장 씨가 성추행을 당하던 상황에 대해 “가해자를 본 것도 그 날이 처음이었고 저에겐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뚜렷하고 명확하게 기억을 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언니가 테이블 위에 올라간 것도 처음 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테이블에 올라간 언니를 누구도 만류하지 않았다”면서 강압적으로 언니를 끌어당겨 무릎에 앉혔고 성추행까지 이어졌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씨는 당시 경찰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우선 제가 수사를 이뤄가는 시간 자체도 굉장히 늦은 저녁 밤부터 이어졌고, 질문 또한 본질적인 질문, 핵심적인 질문 요지가 아닌 전혀 관련되지 않은 여러 가지 질문이 오가고 있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인터뷰 말미 윤씨는 “무엇보다 재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사건을 재조명해주신 23만5796명의 국민청원을 해주신 분들과 지금까지도 이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여성단체들이 고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월 여성단체들이 고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주 대검 진상조사 결과 나와

당시 경찰은 문건에 등장한 20여 명 중 소속사 대표 등 7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소속사 대표와 전 매니저만 기소했다. 특히 술자리 강요와 성접대 등 핵심 의혹에 대한 혐의는 인정하지 않은 채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만 적용했다. 결국 두 사람만 법원에서 집행유예형을 받고 사건이 종결됐다.


이런 가운데 장씨 사건은 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와 그 조사기구인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의 조사대상에 올랐다.


조사단에 따르면 장 씨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이 장씨 사망 1주일 뒤 장씨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했지만 그의 옷방과 핸드백은 수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과정에서 장씨 휴대전화 3대의 통화기록 원본과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 핵심 증거들이 빠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조사단은 장씨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의심받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에 대해 지난해 말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과거사위는 이르면 다음주 조사단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사단의 발표 보고서에는 장 씨 사건에 대한 △증거 누락, △조사 미흡 등 검·경 부실수사에 대한 지적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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