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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항거한 매천, 순국정신 기린 만해

최종수정 2019.02.18 21:26 기사입력 2019.02.1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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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 황현 '절명시'·만해 한용운 '사해형제' 100년 만에 공개

황현 절명시 원본(대월헌절필첩에 수록)

황현 절명시 원본(대월헌절필첩에 수록)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우리나라는 1910년 8월 29일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상실했다. 통치권을 일본에 양여하는 한일병합조약을 강제로 맺었다. 슬픔에 잠긴 매천 황현은 죽음으로 항거했다.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지러운 세상에 떠밀려 백발의 나이에 이르도록/ 백 번이나 목숨을 끊으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네/ 이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바람 앞의 가물거리는 촛불 푸른 하늘 비추누나/ 요망한 기운이 하늘을 가려 임금자리 옮겨지니/ 구중궁궐은 침침한데 시각만 더디가네/ 이제부터 조칙은 다시 내리지 않을 것이니/ 옥같이 아름다운 조서 한 장에 눈물만 하염없네/ 새 짐승 슬피 울고 바다와 산도 시름거리니/ 무궁화 세상은 이미 망하고 말았네/ 가을 등불아래 책 덮고 역사를 돌이켜보니/ 글 아는 사람 구실 어렵기만 하구나/ 일찍이 나라를 위해 한 일 조금도 없었으니/ 충은 아니요 다만 인을 이루려 함이로다/ 겨우 송나라의 윤곡처럼 자결할 뿐이니/ 당시 진동처럼 의병을 일으키지 못해 부끄럽네."


만해 한용운은 황현의 순국에 감동했다. 순국정신을 기리며 추모하는 시를 써서 황현의 유족에게 보냈다. '사해형제(四海兄弟)'다.


"의리로써 나라의 은혜를 영원히 갚으시니/ 한 번 죽음은 역사의 영원한 꽃으로 피어 나네/ 이승의 끝나지 않은 한 저승에는 남기지 마소서/ 괴로웠던 충성 크게 위로하는 사람 절로 있으리."


한용운 친필시 매천선생(황현 사해형제에 수록)

한용운 친필시 매천선생(황현 사해형제에 수록)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절명시와 사해형제가 수많은 애국지사가 울부짖었던 서대문형무소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문화재청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19일부터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제10·12옥사에서 특별전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을 연다. 경술국치부터 대한민국임시정부 환국까지 약 40년 동안의 역사적 상황을 재조명하는 자리다. 정인양 문화재청 사무관은 18일 서대무형무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황현의 친필 원고 이미지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그간 잘못 전해진 자구를 수정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했다. 홍영기 순천대 명예교수는 "한용운은 1913년 조선불교유신론을 간행한 뒤 전국을 다니며 순회강연을 했다"며 "만해가 구례 화엄사에 갔을 때 절 아래에 있는 황현의 집에서 그의 동생을 만나 시를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택존언(手澤存焉)' 복제본도 최초로 공개된다. 황현이 안중근 의사의 공판기록과 이등박문 사살·사형선고 기록 등을 꼼꼼히 모은 스크랩북이다. 수택존언이란 '손때가 묻은 옛사람의 흔적'이라는 뜻이다. 안 의사가 하얼빈을 찾기 이틀 전 쓴 시도 담겨 있다.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그 뜻이 크도다/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가/ 천하를 굽어 보노니 어느날에 큰일을 이룰꼬/ 동풍은 점점 차가우나 장사의 의지는 뜨겁도다.(이하 중략)"


황현 수택존언 표지(안중근 공판 기사 스크랩 수록)

황현 수택존언 표지(안중근 공판 기사 스크랩 수록)



1부 '3·1운동, 독립의 꽃을 피우다'에서는 등록문화재 제730호인 '일제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를 볼 수 있다. 일제가 주요 감시대상 4857명의 신상을 카드 형태로 정리한 기록물이다. 안창호, 윤봉길, 유관순, 김마리아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겼다. 전시에서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북한 지역 3·1운동 수감자와 여성 수감자의 활동 상황도 소개한다. 아울러 저항시인 이육사의 친필 원고 가운데 '편복(등록문화재 제713호)'과 '바다의 마음(등록문화재 제738호)'도 선보인다.


윤봉길 의사 선서문

윤봉길 의사 선서문



2부 '대한민국임시정부, 민족의 희망이 되다'에서는 임시정부 유물들을 소개한다.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이봉창 의사의 선서문과 유물, 독립운동가 조소앙의 국한문 혼용의 친필문서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등록문화재 제740호)' 등이다. 3부 '광복, 환국'에서는 백범 김구 선생이 1949년에 쓴 유묵 '신기독(등록문화재 제442-2호)'과 1945년 11월 초판이 발행된 '한중영문중국판 한국애국가 악보(등록문화재 제576호)' 등을 공개한다. 문화재청은 전시와 연계해 22일 서대문형무소에서 '항일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활용'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다음 달에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3·1운동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고종의 국장과 관련된 자료들을 공개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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