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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최우선' 필리핀, 은행 통장 늘었다

최종수정 2019.02.12 11:10 기사입력 2019.02.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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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5700만 계좌…1년새 6.8%↑
기본 예치금 등 낮춰 '손님 모시기'

[아시아경제 마닐라 강현석 객원기자] 은행 이용률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에서도 가장 낮은 것으로 유명해 '현금 천국'으로 불리는 필리핀의 은행 계좌 수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은행 계좌 보유비율이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정부의 금융시장 개혁과 소득 수준 향상으로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필리핀 중앙은행은 판단하고 있다.


이달 초 필리핀 중앙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지 시중은행의 계좌 수는 5710만개로 전년 말의 5350만개 대비 6.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15년 22%였던 필리핀 성인들의 은행 계좌 보유 비율 역시 22.6%로 증가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15세 이상 세계 평균 은행 계좌 보유율 60.7%와 비교하면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현금 최우선' 필리핀, 은행 통장 늘었다


필리핀의 은행계좌 보유 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심각한 빈부격차가 큰 이유다. 통장 개설에는 불과 2000페소(약 4만원)에 불과한 기본 예치금만 있으면 되지만 이마저도 빈곤층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 계좌가 없는 필리핀 국민 중 60%가 '기본 예치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상위 20% 고소득층이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GDP의 6%에 불과한 현실이 은행 계좌 개설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애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마닐라 일대 수도권 노동자들의 일일기본급이 537페소(약 1만700원)인 점을 감안하면 2000페소의 기본 예치금조차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필리핀 노동자들에 대한 급여는 90%가 현금으로 지급되고 있으며 원격지 간 송금 역시 93%가 은행 계좌를 이용하지 않는 '무계좌 송금 서비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계좌 개설에 필수적인 정부 발행 신분증조차 없는 국민이 많은 것도 은행 문턱이 높은 이유다. 최소 1000만명 이상이 신원확인 서류가 없어 계좌 개설을 못 하고 있으며, 심지어 기본적인 출생증명서조차 없는 사람이 740만명에 이른다.


필리핀 정부가 지난해부터 생체정보를 담은 신분확인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선 것도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을 금융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여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필리핀 중앙은행은 해결책으로 '최소 예치금ㆍ최소 우대' 계좌를 도입하고 가입에 필요한 서류도 간소화하는 등 본격적으로 은행 문턱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최소예치금ㆍ최소우대 계좌란 기본 예치금을 2000페소에서 100페소(약 2000원)로 대폭 낮추는 대신 이자율 같은 혜택을 축소한 계좌를 말한다. 다만 필리핀 중앙은행은 은행 계좌 오ㆍ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 예치금 한도는 5만페소(약 100만원)로 낮췄다.



마닐라 강현석 객원기자 k_paul1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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