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소송해봐, 보증금 못줘" 집주인에 수천만원 볼모 잡힌 대학생들(종합)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서울시 관악구 봉천돈 일대 원룸촌

서울시 관악구 봉천돈 일대 원룸촌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소송 걸어봐. 보증금 못 줘"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 중인 대학생 김학민씨(25)는 전세계약이 끝나 집주인 장모씨(52)에게 보증금 3000만 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장씨는 못 주겠다고 버텼다. "청소가 안 돼 있다", "멀쩡하던 문짝이 고장났다"는 것이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미루는 이유다. 결국 김씨는 120만원을 들여 문짝을 교체하고 베란다에 곰팡이까지 제거해야 했다.

취업준비생인 최호진씨(26)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 최씨는 지난달 중순 집주인 서모씨(68)로부터 "보증금 4500만 원을 5000만 원으로 올려야 연장 계약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씨가 계약연장을 거부하자 집주인은 "계약 만료 한 달 전에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냐"며 "보증금은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면 주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새로운 자취방을 구하고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보증금을 제때 못냈고 임대계약이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새 학기를 맞는 대학가는 원룸 구하기 전쟁 중이다. 저렴하고 조건이 좋은 방을 찾기 위해 20대들이 영하의 날씨를 뚫고 발품을 판다. 이 와중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대학생ㆍ사회초년생들의 사례도 늘고 있다. 보증금 반환이 미뤄진 후 대학생들의 속앓이는 시작된다. 이사하는 방에도 보증금이 걸려있어 부모에게 다시 한 번 손을 벌려야 하는 형편이다. 김씨는 "부모님도 한도까지 은행대출을 받았다"며 "어머니가 외삼촌에게 돈을 빌려서 겨우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림=오성수 화백

그림=오성수 화백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2015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원룸의 전·월세 세입자 대학생 100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룸에 사는 대학생 중 44.6%는 집주인이 수리 요청을 거절하거나 계약전 정보와 다른 경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상황별로는 하자보수 요청 거절이 26.8%로 가장 많았고 계약 전 정보와 다른 경우(23.3%), 이사 시 시설물 파손 등으로 보증금에서 제한 경우(12.3%), 보증금 반환이 지연된 경우(10.4%) 등이었다.

임대차보호법상으로는 계약종료일에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미루더라도 보증금 반환을 위한 강제력 있는 수단은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 전부다. 공부로, 업무로 바쁜 대학생ㆍ사회초년생들에게 민사 소송은 부담이다. 최씨는 "소송까지 갈 경우 재판에 참여할 여력이 없을 것 같다. 주변에서도 '좋게 해결하라'는 얘기만 한다"고 토로했다. 집주인들이 '소송 걸어보라'며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다.


이원희 변호사(법률사무소 희망)는 "임대인은 분명 계약 종료 시 보증금을 반환해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차일피일 보증금 반환을 미룬다면 전출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선변제권(임차주택이 경매, 공매에 부쳐졌을 때 임차인이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며 "부득이하게 이사해야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임차권등기명령제도는 임대차가 종료된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이사를 가더라도 우선변제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으로 집주인의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대비할 수도 있다. 반환보증은 전세 계약이 만료됐을 때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보증기관이 임대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올려주는 것이다.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등을 이용할 수 있고 두 상품 모두 임대인의 사전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최근 전세금 반환을 두고 임차인과 임대인의 갈등이 커지면서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큰 폭으로 늘었다.


주택도시보증이 지난해 신규 취급한 반환보증 규모는 총 19조364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가입 건수도 총 8만9350건으로 2017년(4만3918건)보다 2배 증가했다. SGI보증보험을 통한 전세금보장신용보험 실적도 올랐다. 지난해 신규 가입 금액은 3조9715억원으로 47.6% 늘었고, 가입건수는 2만5115건으로 39.6% 증가했다. 두 회사를 합하면 가입금액은 23조원, 가입건수는 11만건을 넘어섰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