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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콧수염 기른 男의사보다 적은 고위직 女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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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의 열기가 뜨겁다. 의사인 필자에게도 서울 대치동에서 일어나는 의사 집안의 권력 대물림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의대를 들어가기 위해 이 정도의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인가? 내 주변에서도 나도 모르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던가? 그렇지 않고도 의대에 들어왔다면 천재 아니면 운발이 끝내주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1990년대부터 의료와 관련된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인기는 지속됐다. 종합병원, 하얀거탑, 뉴하트, 골든타임, 흉부외과, SKY캐슬까지. 그리고 대부분의 의학 드라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과장이 남성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그렇다.

대한민국 의사의 25%를 차지하는 여의사들 중 리더십 자리에 오른 여성은 전체 3%에도 못미친다고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조사된 바는 없다. 지금도 여의사가 보직을 맡게 되면 여의사회는 흥분한다.


이런 의료계 '여성 리더십 과소대표' 현상은 외국에서도 관심사다. 미국 한 대학병원에서 개발한 '콧수염 지수'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병원 고위직 중에서 콧수염 기른 남성은 전체 1018명 중 190명을 차지하는 데 비해 여의사는 이보다 적은 137명이라고 한다. 미국 사회에서도 콧수염 기르는 남성 의사가 소수임에도 콧수염 의사 대 여의사 비율이 0.72라고 하니 '고위직에서의 성비 불균형' 문제는 만국 공통 언어다. 그래도 미국은 현황 파악이라도 돼있다.


고위직에서 여성이 드문 이유는 승진 사다리를 오르는 데 필요한 충분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한국여자의사회는 2017년 여의사 리더십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리더십 반열에 오른 여의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행해 리더십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질적 연구를 시행한 것이다.

병원장, 의과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여의사들은 공통적으로 ▲전문의가 되고 나서 ▲리더십의 기회가 왔을 때 ▲거절하지 않고 ▲업무를 충실히 하면서 ▲인정 받아왔던 '모범형'들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정적, 사회적 지원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입을 모아 답변했다.


최근 연락 받은 친구의 의대 교수 사직 소식은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성실하게 학창시절을 보냈고 의대 입시와 11년간의 인턴ㆍ레지턴트를 포함한 의사 수련 과정, 그리고 교수 임용 과정을 모두 통과하다 보면 내 주변의 여의사들은 점점 줄어든다. 3040시절의 결혼, 출산, 육아, 자녀 교육과 입시를 감당하기 위해서 여의사들이 병원에서 집으로 '컴백홈' 하고 있는 것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무엇보다 노동권, 인권이 강조되는 요즘 시대에 의사의 노동권, 주5일제 근무 등은 아직 의료계에서는 요원한 이야기다 그래서 의사 엄마들은 서럽다.


SKY캐슬에서 직장 맘은 명함도 못내민다. 입시 코디에게도 존중받지 못한다. 드라마에서의 이야기이길 바랄 뿐이다. 여의사들도 육아 휴직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고 그것이 존중되는 사회, 여자이기에 원하는 전공과를 지원하지 못하거나, 교수 임용에서 불리해지고, 병원 승진에서 배제 당하는 등의 불평등이 없는 사회, 아직 이런 사회가 오려면 2000년대 여의사들은 좀 더 인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신현영 한양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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