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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핫플레이스] 영추문, 日에 의해 두 번이나 무너진 '수난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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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영추문 붕괴 당시 모습. 일제는 전차의 영향으로 영추문 일부 석축이 무너졌다고 밝혔으나, 일제에 의해 의도적으로 파괴됐다는 설이 더 지배적이다.(사진=문화재청)

1926년 영추문 붕괴 당시 모습. 일제는 전차의 영향으로 영추문 일부 석축이 무너졌다고 밝혔으나, 일제에 의해 의도적으로 파괴됐다는 설이 더 지배적이다.(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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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3년만에 개방된 '영추문(迎秋門)'은 경복궁의 서쪽 문으로 동문인 건춘문(建春門)과 짝을 이루는 문입니다. 누대가 단층이라 조촐해보이지만 단아한 모습을 간직한 이 문의 이름에는 '가을'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동양의 음양오행에서 서쪽이 가을을 의미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주로 무관들과 하급관리들이 이용하던 문으로 알려져있죠.
오늘날에는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으로 서 있는 문이지만, 성문들 중에서도 유독 수난을 많이 당했던 문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조선 역사에서 일본에 의해 두번이나 허물어졌던 문으로 유명하죠. 영추문이 처음 수난을 당한 것은 1592년 임진왜란 때로, 이때 한양이 함락당하면서 왜군에 의해 불타 없어졌던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후 조선말기인 1865년, 고종 때 경복궁이 중건되면서 다시 지어졌지만, 또다시 일본군에 의해 수난을 당하게 됐죠.

1894년 음력 6월21일, 당시 동학농민군 진압을 명분으로 파견됐던 일본군은 조선조정의 철군요청을 무시하고 경복궁을 기습했던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일본군이 영추문을 뚫고 들어와 경복궁을 점령하고 이후 이듬해 을미사변이 일어나는 등 치욕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게 됐죠. 이후 고종이 일본군을 피해 러시아공사관으로 몸을 피한 아관파천 당시에도 이 문을 통해 궁궐을 빠져나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75년 복원 당시 영추문의 모습(사진=국가기록원)

1975년 복원 당시 영추문의 모습(사진=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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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제강점기 때는 일제에 의해 광화문, 서십자각의 궁담과 함께 강제로 철거되는 신세가 됩니다. 1926년 4월27일 영추문의 성벽 일부가 갑자기 무너져내리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일제는 영추문 북쪽에 전차가 왕래해 그 충격으로 성벽이 울려 무너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리 높지도 않은데다 두터웠던 성벽이 전차가 지나가는 충격으로 무너졌다는 것을 글자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죠. 현재도 정확한 붕괴원인은 알려져있지 않지만, 일제가 문 전체를 허물 명분을 얻기 위해 일부러 석축 일부를 무너뜨렸던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두차례에 걸친 일본의 파괴를 딛고 현재 서 있는 영추문은 1975년, 원래 위치에서 45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 재건한 것이죠.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복원된 이 문은 이후 43년간 청와대 외곽 경호를 맡던 경비단이 주둔하면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가 지난달에야 대중들에게 개방됐습니다. 경복궁의 4개 대문이 이제서야 모두 개방된 셈이죠. 앞으로 서촌과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문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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