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환풍구 통해 퍼지는 삼겹살·생선 등 음식 냄새에 주민 갈등 ↑
층간소음은 갈등 중재 기구인 ‘이웃사이센터’ 존재…냄새 문제는 전무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1.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서영욱(30)씨는 최근 잠을 설치고 있다. 자정 안팎에 잠자리에 눕지만 난데없이 음식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워서다. 며칠째 고심하다 화장실 환풍구를 통해 냄새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화장실 문을 닫아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19일에는 새벽 2시가 넘어서 풍기는 청국장 냄새에 시달려야 했다. 참다 못한 서씨가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흡연이 아닌 이상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2.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대학가에서 원룸 건물을 운영하는 제모(41)씨도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제씨의 건물에는 대학생들이 주로 거주하지만 50대 부부, 고등학생이 있는 4인 가족 등도 살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밤 늦은 시각마다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제기하면서 제씨가 해당 세대에 자제를 부탁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이가 학원을 마치고 늦게 돌아오면 간식을 해주는 것인데 어떡하냐”였다.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10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의 경우 이 같은 ‘냄새 갈등’을 피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각 세대마다 설치된 환풍구를 통해서 냄새가 다른 세대로 퍼지기 때문이다. 화장실 문을 닫고 담배를 펴도 그 냄새가 다른 세대까지 퍼지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특히 기온이 낮아 창문을 열기도 버거운 겨울철이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환기도 어려운데 다른 집에서 날아온 청국장 냄새나 생선, 고기 굽는 냄새는 더 이상 음식 냄새가 아니라 악취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와 같은 ‘냄새 갈등’을 두고 갑론을박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식사시간대에 음식을 조리하는 것까지 뭐라할 수는 없지만, 밤 늦은 시간에 냄새가 심한 음식을 해먹는 것은 이웃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은 “사람마다 생활 패턴이 다른 데다가 자기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것까지 간섭받을 일은 아니다”면서 “다만, 같은 일이 반복되면 이웃 간에 대화로 갈등을 풀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층간소음의 경우 갈등 중재에 나서는 환경부 ‘이웃사이센터’가 있지만 냄새 갈등의 경우 합의 기구가 전무해서다.
앞서 언급했듯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등이 이를 중재할 수도, 그럴 의무도 없는 것 또한 문제다.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길 수 만은 없는 문제”라며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법적인 규정이나 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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