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급급매' 붙었지만 매물도 수요도 '절벽'…서울 부동산도 꽁꽁 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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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최동현 기자] "노원구 중계동에서만 20년을 일했는데 요즘 같은 거래절벽은 처음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이렇게 한 번에 급격하게 거래가 '올스톱' 된 적은 없었어요."(노원구 A공인중개소 대표)

서울 부동산이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0주 연속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대세 하락기에 들어선 지방과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거래절벽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를 핵심으로 한 9ㆍ13 대책(2018년) 후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세금 폭탄 우려까지 겹치면서 수요자들이 싹 사라졌다. 급격한 거래 위축으로 중개업소와 이사업체, 인테리어 등 후방산업 역시 울상이다.


17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권 부동산 공인중개소. 영업점들은 하나같이 '급매', '급급매', '초급매' 아파트가 나왔다는 시세판을 붙여두고 있었지만 찾아오는 손님이나 전화 문의는 거의 없었다. 송파구 한 아파트 상가엔 공인중개소 대여섯 곳이 아예 단체로 문을 닫고 있었다. 호가는 하루에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내려가고 있지만 실제로 나온 매물은 드물었다. 송파구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찾는 이도 없고, 찾는 이 눈높이에 맞게 팔려는 이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요즘 언론에서 급매물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급전이 필요한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며 "늘어난 세금보다 양도세가 더 부담스럽기 때문에 버틸 수 있을때 까지 버티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잠실동 '잠실리센츠' 전용면적 84㎡의 경우 현재 16억~16억원 중반대까지 몇건의 매물이 나와있다. 지난해 9월 18억원대 초중반에 매매되던 것 대비 약 2억원 하락했다. 지난달 동일한 크기 아파트가 13억5000만원에 매매되기도 했으나 이는 증여 관련 거래였다는 게 이 일대 공인중개사들 얘기다. 송파구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물건이 많이 나와야 호가도 내려가고 거래도 이뤄지는데 나온 매물이 많지 않다"며 "대신 15억원 밑으로 내려가면 사겠다는 사람들은 좀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리센츠 바로 옆에 위치한 '잠실엘스'도 호가만 내려갈 뿐 실제 나온 매물은 많지 않았다. 59㎡ 시세는 현재 12억8000만원에서 13억5000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최고가 15억2750만원 대비 약 3억원 하락한 가격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지난해 고점 대비 약 3억원 하락했으나 여전히 잠잠한 상황이다. 대기수요는 많으나 추가하락을 기대하고 있어서라는 게 이 일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서울 강북권 역시 지난 여름 급등했던 대단지 위주로 호가가 주춤한 상태다. 수요는 추가 하락을 기대한 채 움직이지 않고 있고 공급 역시 버티기 속 일부 급매가 나오는 양상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84㎡는 지난해 9월 15억원(22층)에 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12억원 후반대부터 형성돼 있다. 용산구 대장주로 불리는 신계동 '용산e편한세상' 역시 84㎡는 지난 9월 15억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호가는 14억원대가 주를 이룬다. 급매 기준으론 13억원대까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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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 수요'가 많은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 인근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9억원까지 거래가 됐던 건영3차는 84㎡의 호가는 7억원대까지 내려왔다. 84㎡ 호가가 8억~9억원대로 형성돼 있는 청구3차 역시 5000만원 전후 가격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D공인중개사 대표는 "애초에 9억원에 내놨지만 나가지 않아 7억9000만원까지 조정된 물건도 있다"며 "지난해 7월부터 가파르게 오를 땐 뚜렷한 방안이 없다가 9ㆍ13 대책 이후 대출 등 많은 부분을 급격하게 규제해 이런 거래절벽이 나타난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거래 위축에 따른 시장동력 감소가 후방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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