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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합의 부결]플랜B 살펴보니…‘라스트미닛딜’ 혼선 커질듯(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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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표차로 압도적 ‘패’…16일 정부 불신임투표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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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정현진 기자, 조유진 기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이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됐지만 향후 행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한데다, 테리사 메이 내각이 불신임 고비를 넘어선 이후에도 뚜렷한 플랜B를 꼽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EU와의 재협상은 물론, 브렉시트 기한 연장, 내각 총사퇴, 제2국민투표, 노딜(no deal) 브렉시트까지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사실상 라스트미닛딜(Last Minite Deal)이 이뤄지며 탈퇴시점까지 혼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15일(현지시간) 오후 정부가 지난해 11월 EU와 합의한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적선언’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합의안은 230표 차로 부결됐다.

200표 차 이상의 부결은 영국 의정 사상 이번이 최초다. 하원 의석의 3분의 1도 채 지지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집권 보수당의 반대표만 무려 118표에 달했다. FT는 “메이 내각에서조차 이번 승인투표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다”면서도 “압도적 패배”라고 언급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미 총리가 사퇴했어야만 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불신임고비는 넘길 듯…브렉시트 연기 가능성=의회의 벽에 부딪힌 영국 정부는 당장 16일 불신임투표라는 또 다른 고비를 맞이한다.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할 경우 조기총선이 불가피하다.

다만 230표차라는 압도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정부 불신임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바라봤다.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려면 과반을 확보해야 하지만 노동당의 집권을 막고자 하는 보수정당의 집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승인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118표)와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10표)이 정부 불신임안 표결에서는 메이 총리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DUP는 정부 신임투표에서는 메이 총리를 지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일간 가디언은 “현재로선 메이 총리는 안전해 보인다”면서도 압도적 패배로 리더십에 재차 충격을 받은 메이 내각의 사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 영국 하원의 총 의석은 650석이다.

현 시점에서는 메이 내각이 어떤 시나리오를 택하더라도 일단 브렉시트 기한부터 늦출 가능성이 크다. EU와의 입장 차를 감안할 때 오는 3월29일까지 재협상에서 성과를 거두거나 제2국민투표, 조기총선을 실시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시간을 확보하고 플랜B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인 셈이다. 메이 총리는 승인투표 이후 3개회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플랜 B’를 제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일단 브렉시트를 연기한 후 재협상, 제2국민투표, 조기총선 등 다른 시나리오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합의안이 부결되며 일단 브렉시트가 연기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예상보다 더 큰 표 차로 패배한 메이 총리는 불신임투표에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EU와의 힘든 싸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이, 의회·EU 만난다…재협상 테이블 앉을까=이날 메이 총리는 합의안 부결 직후 성명을 통해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6일 불신임투표에서 정부가 의회의 신임을 얻을 경우 보수당 등 각당 지도부와 만나 합의안 승인을 위한 대책을 협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EU와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EU와의 회담은 이르면 17일로 예상되고 있다.

수세에 몰린 영국 정부가 2년간의 협상을 무위로 돌리고 재협상 테이블에 앉을 경우 가장 첨예하게 맞붙을 쟁점은 단연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에서의 안전장치(backstop)다. 의회의 신임을 얻은 후 강경 브렉시트파를 달래기 위해 재협상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영국과 EU는 전환기간 종료 시점인 2020년 12월까지 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보더(국경통과 시 통행 및 통관절차를 철저히 적용하는 것)를 막기 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가 일시적으로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하지만 안전장치가 가동될 경우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발이 잇따랐다. 다만 EU는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못박고 있는 상태다. FT는 “양측이 재협상에서 안전장치를 제외하거나 견해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메이 총리가 일종의 시간벌기, 버티기 전략에 나서는 것처럼 읽힐 경우 영국 의회의 반발이 더 거세질 수 있다. FT는 또 다른 기사에서 “승인투표에서 확인된 의회의 신호와 반대로 메이 총리의 자세는 브렉시트 주도권을 유지하며 시간을 벌고자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21일 기존 계획을 수정하느냐 등에 따라 향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매체는 승인투표에서 찬반 표차가 근소한 수준이었다면 메이 총리의 목소리가 더 힘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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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제2 국민투표 카드 꺼낼까=불신임안 카드가 막힐 경우 제2국민투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그간 불신임안 투표→조기총선→정권교체 카드를 예고해왔다. 메이 내각이 의회 신임을 얻으며 조기총선으로 가는 단계가 막힐 경우 EU잔류파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2국민투표 요구가 잇따를 것이란 설명이다.

메이 총리는 2016년 국민투표로 이미 국민들의 뜻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제2국민투표 개최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총리의 합의안이 의회의 벽에 부딪힌 만큼 제2국민투표를 통해 재차 여론을 살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달 여론조사에서 제2국민투표 개최를 원하는 응답은 46%로 반대(28%)를 훨씬 웃돌았다.

앤드루 아도니스 노동당 의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메이 총리는 하나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며 “시민들이 결정하는 기회를 주는 국민투표”라고 강조했다. EU잔류파와 EU탈퇴파가 모두 만족하는 합의안이 나오기 어려운데다, 의회 분열도 커지고 있어 결국 실질적인 신택지는 국민투표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주요 외신들은 국민투표가 이뤄질 경우 EU잔류를 택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제2국민투표를 통해 EU잔류를 결정할 경우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 훼손 등의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아무도 노딜을 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이며 유일한 해법이 무엇이냐”며 영국의 EU 잔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노딜 파국 우려도 여전…가능성은 낮아=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우려도 여전하다. 차선책으로 노딜을 선호하는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는 80~100명 상당으로 추산된다.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는 영국과 EU 양측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어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노딜 브렉시트가 발효되면 영국은 곧바로 EU 규정을 적용받지 않게 된다. EU 단일시장에서 탈퇴해 EU 회원국과의 관세동맹도 끊어진다. 무역통상 부문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적용되고, EU가 제3국과 맺은 무역협정에서 영국은 배제된다. 이에 따라 영국은 EU와 한국 등 제3국과 별도 무역협정을 맺어야한다.

이 경우 영국과 EU 회원국 입장에서는 수출·입 관세 등이 새롭게 부과돼 기업 비용이 증가하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새로운 통관절차로 인해 유럽에서 수입하는 식료품과 의약품 공급이 부족해지고 제조업체는 부품 수입 지연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영국이나 EU에 거점을 두고 유럽 전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EU와 영국이 인적 교류가 활발했던 만큼 이민정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EU국가에서 거주하고 있는 영국인은 130만명이며 영국에 살고 있는 EU국가 시민은 370만명 가량이다. 영국은 당초 EU와 비EU 국가 국민을 차별하지 않는 내용의 이민정책을 발표한 바 있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실제 이뤄지면 정책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큰 상황은 아니다. EU가 브렉시트 시한을 최소 7월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하고 나선데다, 양측 모두 노딜 사태만은 막자는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브렉시트 시점까지 아직 73일이 남은 만큼 노딜 파국을 막기위해 끝까지 협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더 크다. 일간 가디언은 의회 승인투표 전날 노딜 브렉시트를 20%의 확률로 점치며 가장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로 꼽았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 앞 광장에서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과 플래카드를 들고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이 하원의 합의안 부결 소식을 전해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 앞 광장에서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과 플래카드를 들고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이 하원의 합의안 부결 소식을 전해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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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반응은?= 당초 예상됐던 부결 결과인 만큼 이날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투표를 앞두고 하락세를 이어가던 영국 파운드화는 부결 결과가 발표된 직후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했다. 이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영국이 관세동맹과 EU를 동시에 탈퇴하는 하드브렉시트 가능성이 낮아지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당초보다 다소 완화된 것이라고 주요 외신들은 해석했다. 시장 관계자는 “브렉시트에 대한 부정적 우려가 상당부분 시장에 반영돼있고, 노딜 브렉시트 파국만은 막을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영국발 불확실성은 계속 확대될 수 밖에 없다. EU와의 재협상, 재표결, 노딜 등 플랜B에 이르기까지 논의 과정에서 브렉시트 시한이 미뤄지거나 직전에서야 타결되는 ‘라스트 미닛 딜’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브렉시트 이후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파도 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이혼합의금 등 EU 탈퇴조건을 규정한 브렉시트 합의문과 미래관계의 큰 틀을 제시한 정치적선언은 지난해 11월 EU정상회의에서 공식추인됐다. 당초 영국 의회는 작년 12월 승인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상당한 차이로 부결이 예상되자 메이 총리는 표결 전날 일자를 이날로 연기했다. 영국은 2016년6월23일 국민투표를 통해 EU탈퇴를 결정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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