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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KT 통신구 화재의 진실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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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KT 아현국사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서울 서대문구, 마포구, 중구, 용산구,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등에서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휴대전화,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서비스가 불통됐다. KT 통신망을 이용하는 음식점ㆍ카페ㆍ편의점ㆍPC방 등이 영업에 지장을 받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치안, 국방, 의료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 노동계 등은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 '현장인력 퇴출로 인한 결과' '민영화 이후 수익성 극대화 경영 때문'이라는 다양한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 중에는 진실과 동떨어진 것이 많다.

먼저 KT 아현국사 화재의 근본 원인이 민영화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민영화된 KT의 지배구조를 재편해 통신 공공성을 강화하든가 아예 재 공영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KT는 1981년에 공기업인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설립돼 2002년에 정부가 보유한 주식 전량이 매각돼 민영화됐다. KT는 공기업 시절인 1994년 3월에는 서울 종로5가 통신구에서, 2000년 2월에는 서울 여의도 전기ㆍ통신 공동구에서 이번과 비슷한 화재가 있었다. 이처럼 공기업 시절에도 대형 화재가 있었고 강릉역 KTX 탈선, 고양시 대형 온수관 파열 등 다른 공기업들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화재 원인을 민영화 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등 민간 통신사업자들은 이 정도의 대형 화재를 겪지 않았는데 이는 시설 규모가 적거나 다른 이유가 있어서이지 이들이 민간기업이라 그런 것도 명백히 아니다.
이번 화재가 통신시설의 집중화 때문이라는 주장도 진실과 멀다. 통신 시설의 통합이나 집중화는 불가피한 흐름이다. 과거에는 구리선에 전기신호를 보냈지만 요즘은 광케이블에 레이저를 사용해서 디지털 신호를 보낸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로 시설들을 더욱 통합하고 집중화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기업이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은 도태되고 만다. 다만 시설들을 집중화하거나 통합할 때에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커지므로 훨씬 더 주의를 기울이고 인적ㆍ물적 보완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면 이런 점들을 상당히 간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화재 당일 근무인력이 단 1명뿐이었으며 소방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한편 통신사업자 간에 필수설비를 공동사용하면 이번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필수설비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설비로서 다른 경쟁사업자가 새로이 구축하기 쉽지 않은 가입자 선로의 인입구간이나 관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필수설비를 공동사용하면 한 사업자의 서비스가 불통되더라도 다른 사업자의 서비스는 이용 가능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럿이 공동사용하는 설비에 물리적 장애가 생기면 이들 서비스 모두 불통사태를 빚게 된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각 사업자의 독자적 설비 구축이나 통신망의 이원화, 사업자 간 우회로를 확보토록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아현 통신구는)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다.' 이 말은 얼마 전 종로의 고시원 화재 시 주인의 대답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통신을 본업으로 하는 통신사업자라면 당연히 법에 정해진 것 이상으로 몇 배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통신망은 설치해놓으면 저절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고장 난 휴대폰은 천덕꾸러기가 되듯 통신망도 생명력을 잃으면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 사람도 건강을 돌봐야 하듯 통신망도 생명력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돌봐야 한다. 이는 5세대(5G)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깨닫게 됐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박헌용 더나은IT세상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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