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의혹과 적자국채 발행 압력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폭로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KT&G 사장 교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문건을 입수했고 이를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가 기재부에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라고 강압적으로 지시했다고 폭로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이번 주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기자회견과 자살소동으로 떠들썩했다.
지난 2일 신 전 사무관은 서울 역삼동의 한 건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 내부고발을 하게 된 진의와 배경을 위주로 입장을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선 지 나흘 만에 기자회견에 나선 것이다.
이어 그는 "딱히 다른 의도는 없다. 정치적 세력도 없다"며 "단 하나, 제가 나섬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합리적이고 더 나은 공론구조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적자국채 발행을 하지 않는다는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청와대 관계자가 차영환 당시 경제정책비서관이라고 지목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차영환 전 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이 그 당시 기재부에 연락한 것은 12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취소하거나 보도자료를 회수하라고 한 게 아니라 12월 발행규모 등에 대해 최종 확인하는 차원에서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2차장은 "당시 기재부 국고국장·과장과 전화한 사실이 없다"며 "조규홍 당시 차관보와 통화는 (압력이 아니라) 협의 차원이었다"며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경찰은 오전 8시20분께 신 전 사무관으로부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를 받았다는 지인의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자는 이날 오전 7시께 '요즘 일로 힘들다' '행복해라'는 내용의 예약문자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신 전 사무관의 거주지로 알려진 신림동 고시원에서 유서와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여성청소년과·형사과 인력 등을 동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는 등 수색에 나섰고 최종 인터넷 게시글 IP 주소를 추적해 신 전 사무관이 있던 모텔을 찾아냈다.
이 사건 이후 사무관의 대학 동문은 소모적 논쟁을 멈춰 달라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대학시절부터 신재민을 지켜봐 온 선후배 일동'이라고 밝힌 신 전 사무관의 동문들은 "정부와 일개 전직 사무관은 애초에 싸움이 되지 않기에 싸울 것이 아니라 그의 의견에 귀 기울여주면 한다"며 "그가 잘못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 충분히 말하고 설명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 부모는 사과문을 내고 "아들의 극단적 선택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여러분과 정부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포함한 주변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며 "자식이 안정을 취하도록 한 다음, 필요한 모든 조사 절차에 성실히 임할 수 있도록 돕겠다. 부디 국민 여러분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이 기자회견을 한 2일 오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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