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정부가 현행 초등학교 국정교과서를 검정화하기로 한 것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시각을 현장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서다. 하지만 교과서 검정 전환이 곧바로 교과서의 질적 제고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초등 교육에서부터 이념 논쟁이 불거질 우려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초등학교 교과서 가운데 예ㆍ체능과 영어를 제외한 국어ㆍ도덕ㆍ수학ㆍ사회ㆍ과학은 국정인데 다양한 교과서 발행으로 교과서 품질을 높이고 학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일부 과목을 검정으로 바꾼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다만, 초등 1∼2학년 전 과목, 국어 등 기초교육이나 국가 정체성 관련 교과는 국정 체제를 유지한다. 또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현행 국정도서는 새 검정교과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용한다.
가장 논란이 되는 과목은 사회 교과서다. 초등 사회 과목에는 역사, 지리,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내용이 담기게 되는데 교사나 학교재단의 이념적 판단에 따라 민감한 내용이 담긴 검정교과서가 채택될 경우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과 국가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오는 3월부터 초등 6학년 학생들이 공부할 사회 교과서의 경우 당초 지난해 현장검토본에는 촛불집회 사진 두 장이 실릴 예정이었으나 현 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최종적으로는 한 장만 들어가는 쪽으로 수정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단원 도입 부분에 전면 배치된 촛불집회 사진 한 장을 학생들의 활동 페이지로 대체했다"며 "다만 본문에서 사회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는 참여방식을 설명하는 예시로 쓰인 사진은 그대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필 및 편찬기준이 비교적 명확한 국정교과서 제체 하에서도 이같은 혼란이 생기는데 검정화할 경우 교과서의 이념 편향성 논란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과서를 발행하는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 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과정에서 보았듯 자칫 초등학교 교실에서마저 문구 하나, 단어 하나로 정치 논리에 치우친 소모적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며 "아직 핵심개념 위주로 공부해야 할 초등학생들에게 다양한 검정교과서가 큰 교육적 효과가 있을지도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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