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조의금 의료계 발전 위해 기부하기로
경찰, 피의자 박씨 망상 빠져있어…"머리에 폭탄 설치"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유명을 달리한 서울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발인이 4일 서울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영정사진과 위패를 든 두 아들이 병원을 나서자 곳곳에서 울음이 새어 나왔다. 앳된 얼굴의 두 아들은 아직 아버지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했다.
환자들의 친구였던 의사, 위급한 상황에서도 간호사들의 안위를 먼저 걱정했던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7)의 발인 당일(4일) 아침,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 입구의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동료 의료진 등 60여명이 앞을 메웠다. 일부 동료들은 병원 옆 주차장 건물에 올라 허망한 듯 임 교수의 운구를 지켜봤다.
임 교수의 발인은 불교식으로 치러졌다. 운구차가 병원을 떠나자 고인의 마지막을 실감한 동료들은 그제야 눈물을 훔쳤다. 스님의 목탁 소리가 동료들의 울음소리와 뒤엉켰다. 생전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 헌신해온 고인이었기에,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생을 마감한 상황은 유족과 동료들의 비통함을 더했다.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유명을 달리한 서울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발인이 4일 서울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외래 진료환자 박모(30)씨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 차례 찔려 숨졌다. 당시 임 교수는 박씨가 위협을 가해 피하는 도중에도 간호사들을 살폈다.
앞서 이날 오전 7시 강북삼성병원에서는 임 교수를 기리기 위한 영결식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200석 규모의 영결식장엔 300명이 넘는 동료들이 나와 임 교수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강북삼성병원은 고인을 위한 추모공간을 병원 내에 별도로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피의자 박씨는 자신의 머리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망상에 빠져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박씨는 "머리에 소형폭탄을 심은 것에 대해 논쟁을 하다가 이렇게 됐다. 폭탄을 제거해 달라고 했는데 경비를 불러서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진술했다. 박 씨는 조울증을 앓고 있고 과거 강북삼성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경찰은 박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전날 강북삼성병원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진료기록을 분석하며 정확한 범행동기를 파악하고 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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