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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정오(正午)'가 아닌 '오정(午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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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낮 12시를 정오라고 합니다. 원래는 '오정'이라고 해야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보통 낮 12시를 정오라고 합니다. 원래는 '오정'이라고 해야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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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정오(正午)'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낮 12시를 말하는데, 낮 12시 정각이 되면 라디오에서 "정오를 알려드립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아주 익숙하지요.
그런데 정오라는 단어는 '오정(午正)'이라고 표기하거나 말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밤 12시를 ‘자정(子正)'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밤 12시를 '정자'라고는 하지 않지요.

옛날 우리나라는 하루를 12등분하고, 한 밤중을 '자시(子時)'로 정한 12간지가 이용된 '12진각법(十二辰刻法)'을 사용했습니다. 이 체계는 19세기까지 사용됐다고 합니다.

자시는 밤 11시~새벽 1시까지, 축시(丑時)는 새벽 1시~3시까지, 인시(寅時)는 새벽 3시~5시까지 등입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알고 있겠지요? 각 시는 다시 세분화돼 '초(初)'와 '정(正)'으로 나뉘는데, 각 시의 앞쪽은 초, 뒤쪽은 정으로 구분했습니다.
자시의 경우 '자초(子初)와 '자정(子正)'으로 나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밤 11시~12시는 자초가 되고, 밤 12시~새벽 1시는 자정이 되는 것입니다. 낮 12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시는 오전 11시~오후 1시까지인데 오전 11시~낮 12시까지는 '오초(午初)', 낮 12시~오후 1시까지는 '오정(午正)'이라고 해야 합니다.

각 초와 각 정은 다시 5개의 각(刻)으로 나눠 초각부터 4각까지 나누어집니다. 초의 경우 초초각, 초1각, 초2각, 초3각, 초4각으로, 정은 정초각, 정1각, 정2각, 정3각, 정4각의 순서로 시간을 정했습니다. 맨 마지막의 초4각과 정4각은 다른 각보다 길이가 짧은 6분의 1각이었습니다. 하루는 100각으로 이뤄졌지요.

그러다가 세종대왕이 해시계(앙부일구)를 만들면서 하루는 96각으로 조정됩니다. 각 초와 각 정은 길이가 똑같은 4개의 각으로 구성되는 것이지요. 초는 초초각, 초1각, 초2각, 초3각으로, 정은 정초각, 정1각, 정2각, 정3각으로 나뉩니다. 요즘은 '일각(一刻)'을 15분으로 알고 있는 것도 세종대왕의 해시계 덕분인 것입니다.
해시계(앙부일구)는 하루를 96각으로 나눕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해시계(앙부일구)는 하루를 96각으로 나눕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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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이 어떻게 정오가 됐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둘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낯설뿐이지요. 자정이 익숙하고 정자가 낯선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정오와 자정은 딱 12시 정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오와 자정이 시작됨을 알리는 것이지요. 정확하게는 낮 12~오후1시 사이를 정오, 밤 12시~새벽 1시 사이는 자정이라고 합니다.

결국 우리 조상들도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눠 사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사극이나 역사영화를 볼 때 서로 약속을 정하면서 "유초(酉初)에 만나세" 등과 같은 대사를 들어보셨나요? 유시(酉時)가 오후 5시~7시니까 유초는 오후 5시~6시 사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1시간 사이에 약속장소에 도착하면 됩니다. 여기서 '코리안타임'이 유래한 것일까요?

요즘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시계가 보다 정밀해지고, 시침만 있던 시계에 분침(分針)과 초침(秒針)이 생기면서 "5시35분에 만나자"는 약속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세기 이전에는 "유초 2각(5시16분~30분)에 만나세"라고 약속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시간 약속이었을 것 같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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