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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간 유전적 '지능'차이, 정말 존재할까?...'DNA의 아버지'가 일으킨 우생논란

최종수정 2019.01.03 10:17 기사입력 2019.01.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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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왓슨 박사, 인종 간 지능차 존재한다고 주장
과거 피부색과 성욕간 상관관계 주장 등으로 물의 일으켜
각국 극우, 인종차별주의 단체들과 연계된 연구들 계속 이어져

(사진=smithsonian.com)

(사진=smithsonian.com)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1960년대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유전자 기술의 창시자로 알려진 미국의 천재 과학자, 제임스 듀이 왓슨(James Dewy Watson·90) 박사가 인종 간 유전적인 지능차이가 존재한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적 논란의 대상이 됐다. 왓슨박사는 지난 2007년 흑인과 백인 사이에 유전적인 지능차이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이후 학계에서 퇴출됐지만,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항변하며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실제 유럽과 미국의 상당수 학자들은 이러한 19세기적인 우생학(eugenics)적 사고방식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각국의 극우 정치세력들과 연계돼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현지 언론들에 의하면, 2일(현지시간) 왓슨 박사는 PBS 다큐멘터리에 출현해 "흑인과 백인 사이에 평균적 지능차이가 존재하며, 이것이 유전적인 것"이라는 자신의 기존 견해가 여전히 옳다고 주장했다. 왓슨박사는 이어 "인종 간 이런 차이를 어떻게 개선할지 우리 스스로 질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07년 "모든 사회정책은 흑인과 백인이 동등한 지적능력을 갖췄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모든 테스트 결과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언, 파문을 불러왔으며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해 학계에서 영원히 퇴출당했다.

지난 2015년 경매에 부쳤던 노벨상을 돌려받은 왓슨박사(왼쪽)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2015년 경매에 부쳤던 노벨상을 돌려받은 왓슨박사(왼쪽)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그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기 전까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매우 존경받는 유전학의 권위자 중 한명이었다. 그는 1962년 프렌시스 크릭(Francis Crick) 박사와 함께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 노벨 생리의학상을 함께 수상했다. 이후 콜드스프링하버(Cold Spring Harbor Laboratory) 연구소의 소장으로 유전학을 이용한 암치료 기술 개발에 힘썼다. 이로 인해 보통 'DNA의 아버지', 혹은 '암정복의 선구자'로 불리며 많은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캘리포니아대 초청강연에서 피부색과 성욕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 비키니를 입어 햇빛에 많이 노출된 여성이 성욕이 강하다던가, 대머리가 성생활에 더 능하다는 주장을 하는 등 인종 및 성차별적 발언을 이어가면서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07년, 흑인과 백인의 지적능력이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우생학적 발언을 하면서 학계에서 완전히 매장당했다. 급기야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2014년, 자신이 받은 노벨상을 경매에 부치기도 해 더욱 비난을 받았다. 당시 그의 노벨상을 53억원에 사들인 러시아 최대 부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는 암치료에 평생을 바친 왓슨박사의 공로를 치하하며 그에게 경매로 샀던 상을 돌려주기도 하는 등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19세기 이후 서구권에서는 우생학의 영향 속에 백인이 인종적으로 가장 우수하다는 백인우월주의가 과학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여전히 극우, 인종차별주의 단체들의 지원 속에 인종 간 지능 및 신체적 차이에 대한 연구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사진=pixabay.com)

19세기 이후 서구권에서는 우생학의 영향 속에 백인이 인종적으로 가장 우수하다는 백인우월주의가 과학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여전히 극우, 인종차별주의 단체들의 지원 속에 인종 간 지능 및 신체적 차이에 대한 연구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사진=pixabay.com)



하지만 그의 주장을 단순히 한 늙은 과학자의 일탈로만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19세기 이후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백인우월주의와 이것을 정당화하는 우생학이 진리로 받아들여졌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신봉했었다. 흔히 흑인노예 해방의 아버지라 추앙되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1859년, 흑인과 백인의 평등에 대해서는 "허튼소리"라고 일갈했을 정도다. 백인은 골상학적, 생물학적, 모든 부분에서 타 인종을 압도하며 백인의 세계지배는 당연하다는 백인우월주의의 과학적 뒷받침이 되기도 했다.

이런 심각한 인종차별적 우생학의 논리는 2차대전 이후 잠시 사그라들었지만 유전학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1960년대 이후부터 다시 상당한 세력을 얻게 됐다. 각 인종간 환경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점, 보유된 항체의 개수 등 여러가지 차이점들이 분석됐고, DNA가 인간의 행동과 지능, 본능을 결정한다는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이 나타나면서 유전자에 의한 '생물학적 결정론'이 점차 강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종간 특별한 뇌의 크기 및 기능차이 등 생물학적으로 지능차이를 일으킬만한 요소는 전혀 발견된 바가 없다. 지능은 후천적인 교육과 환경의 문제로 흔히 알려져있으며, 지능차이를 결정하는 주 요인은 인종과 관련없이 개별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는 재산과 사회적 지위의 차이에 따른 요인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인종차별적인 학설이 계속해서 대두되면서 격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1994년 리처드 헤른슈타인과 찰스 머리 하버드대 교수는 인류의 저능한 인구 대부분이 흑인이며, 유전적인 문제이므로 흑인을 가난에서 구제할 필요가 없다는 '종형곡선(Bell Curve)'이론을 주창해 엄청난 논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2006년에는 영국 얼스터 대학의 명예교수인 리처드 린 교수가 '인종간 지능차이(Race Differences in Intelligence)'라는 책을 출간, 국가별 IQ테스트 결과를 통해 저개발국가 주민들은 지능이 유전적으로 낮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다시금 인종차별주의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인종차별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배후에는 보통 각국의 우파 세력들이나 단체들의 재정적 지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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