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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환기 안보시대, 국방개혁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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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보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전쟁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추가 배치와 전술핵 재배치의 문제로 주변국 간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쟁위기설이 고조됐다. 지난해 남북 정상은 4월 판문점 선언부터 9월 평양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한 해에 무려 세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전쟁의 위기감에서 벗어나 평화와 번영의 희망을 갖기에 충분했다. 새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는 2019년이 격변의 시기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의 의지를 표명하는 반면, 일방적 제재와 압박에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여정이 얼마나 지난하고 복잡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환기 안보상황에서도 국방개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예컨대 미래연합지휘구조 개편, 지작사 창설, 전력구조 개편, 상비병력 감축, 복무기간 단축, 병영문화 혁신 등이다. 개혁의 방향과 수준에 대한 관점과 평가가 다양하다. 우려하는 이들은 대체로 개혁이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위협은 변함이 없고 오히려 핵과 미사일의 위험성은 높아 가는데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군이 군사적 효율성이 아닌 정치적 잣대에 따라 정치화되고 있다고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군의 사명과 역할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으로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고 개혁이 좌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방개혁은 오랜 역사가 있다. 개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2006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3년이나 된다. 개혁의 지향점은 위협에 최적화된 군대, 제한된 국방예산으로 건설할 수 있는 최고의 군사력을 갖추는 데 있다. '강한 군대'를 육성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국방개혁을 추진해 왔음에도 우리 군의 모습은 여전히 구시대적 군 구조와 운영의 한계를 안고 있다. 북한에 비해 몇 배의 국방예산을 쏟아부어 왔음에도 재래전에서조차 북한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국방개혁이 지지부진해 왔던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해관계에 따른 군 안팎의 저항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방개혁의 핵심은 군의 구조와 운영체계를 제대로 '정렬(alignment)'하는 데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질적 혁신을 담보할 수 없다. 막대한 국방예산을 투입한다 해도 자칫 깨진 항아리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이 점에서 미국의 국방개혁이 시사하는 바 크다.

미국은 냉전체제 해체에 즈음하여 군의 변혁을 추진했다. 1990년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는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육군의 개혁과제에는 1995년까지 병력 33% 감축, 장군 정원 22% 축소, 1993년까지 군사기지 21개소 폐쇄, 1996년까지 기존 28개 사단을 18개로 조정, 1996년까지 국방비 40% 감축 등이 포함됐다. 저항이 있을 법도 한데 육군의 대응은 그렇지 않았다. 외부 주도의 강제적 개혁이 자칫 군의 사기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군이 나서 개혁을 주도하고 선도했다(고든 설리반, 장군의 경영학). 단적인 예로 미 육군의 1995년 병력 규모는 법령에서 규정한 52만명보다 1만1400명이나 더 적은 50만8600명으로 감축됐다. 군 내외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군이 '작지만, 오히려 전보다 더 강한 군대'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조직변화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미 육군의 사례를 지난 20년간 거대조직에서 있었던 가장 혁신적이고 성공적 사례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상황은 분명 우리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북한의 현실적 위협을 고려할 때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다만 개혁에 대한 인식과 접근은 본받아야 한다. 2019년 국방예산은 지난해 대비 8.2% 증가한 46조7000억원에 이른다. 정예화된 군, 강한 군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의 엄중한 요구가 담겨 있다. 새해 국방개혁이 우리 군을 질적으로 혁신하는, 전보다 훨씬 더 '강한 군대'로 만들어 나가는 전환점이자 분수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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