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병력 알아도 손 못쓰는 경찰
현행법상 정신질환자 관리·감독 가능한 주체 불분명
정신질환자 범행 막을 대책 전무…제도 개선 필요성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정신질환자가 정신과 진료 중 의사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기 수원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특히 경찰이 평소 피의자의 정신질환 병력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별도 규정이 없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A(28)씨는 전날인 29일 오전 10시30분께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주택가 길거리에서 길을 걷고 있던 B(84·여)씨의 얼굴 등을 주먹과 발로 10여 차례 폭행했다.
B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부상 정도가 심각한 상태다.
체포 당시 A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횡설수설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A씨는 범행 당시 평소 먹던 약을 장기간 복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A씨의 주거지역을 관할하는 수원 권선파출소가 A씨의 정신질환 병력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이전에도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며 가족과 싸우거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뒤 계산을 하지 않는 등 이상행동으로 수차례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어서다.
당시에는 A씨가 주변 사람들과 물리적 접촉이 없었고 특별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경찰도 가족들에게 입원 치료를 권하는 수준으로 대처를 끝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A씨를 ‘자신이나 타인의 건강 또는 안전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로 분류해 관리·감독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경찰이 관리·감독할 수 있는 별도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건강복지법을 살펴보면 ‘정신질환자에 대해 전문의 진단을 거쳐 정신의료기관에 3일간 응급입원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나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정신질환자들을 막을 방법은 전무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실상 현재 법률 상으로는 정신질환자들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주체가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소 인권 침해 소지가 있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해서는 경찰이나 전문의들이 강제 치료 또는 입원 등 적극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