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김상조 "내년 3% 성장률 달성 쉽지 않아…'공정경제' 바퀴 굴려야"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내년 3%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 가운데서도 공정경제의 바퀴를 힘차게 굴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3%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지만, 수출·투자 둔화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31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신년사에서 "새해 우리를 둘러싼 경제·정치적 상황 역시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년 경제를 전망하며 "일자리·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로 소비는 회복세이나, 수출·투자의 증가율 둔화 등으로 인해 3% 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헌추진, 지방선거 등 정치적 지형의 변화 가능성도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경제에 대한 국민과 사회의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제도 개선을 넘어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성과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와 그로 인한 한계를 고려해, 관련 부처와의 유기적 협력 및 다양한 행정수단을 활용하고 체감 가능한 대책을 마련·집행함으로써 공정경제라는 바퀴를 힘차게 굴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하반기 중 발표한 제도들을 일관되고 차질없이 집행하는 한편, 구체적 시장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중소 하도급·납품업체, 가맹희망자 및 가맹점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신뢰제고 방안과 외부인접촉 관리 방안도 차질없이 실천,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 관행을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나 재정·법률적 수단이 필요한 과제들의 입법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정위에 대한 사회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과제에는 공정위의 행정력으로만 가능한 것 외에 많은 입법과제를 포함하고 있다"며 "갑질근절, 재벌개혁뿐만 아니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속고발제 문제, 지자체와의 권한 분산 등 법집행체계 개선을 위해서도 관련 법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업무 방향으로는 ▲대기업집단 경제력 남용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 ▲중소업체 혁신성장 위한 공정경제 기반 마련 ▲각 분야에 경쟁원리를 뿌리내려 중장기적 성장잠재력 확보 ▲시장상황과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소비자 지향적 정책 ▲국민 신뢰 회복 노력 등의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대기업 집단 경제력 남용 억제와 관련해서 김 위원장은 "우선,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계획에 따라 착실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한진 건 패소 등 위기상황도 있지만, 더욱 철저한 혐의입증과 분석을 통해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승계하고 중소기업의 거래기반을 훼손하는 일감몰아주기를 이제는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법인 현황 및 지주회사 수익구조 분석 등 대기업집단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을 통해, 결과를 분석·공개하고 문제점을 찾아내어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또 "공정위 혼자 힘만으로는 재벌개혁이 이뤄지는데 한계가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수단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타부처와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경제 기반 확립을 위해서는 대·중소기업간 수직적 관계에서의 거래 공정화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자생할 수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거래조건 협상부터 계약이행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협상력을 강화하고 대형 유통업체, 가맹본부 등에 대응하기 위한 단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추진해야 한다"며 "납품업체, 소상공인들이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직권조사를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리점 분야 역시 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내외부의 의견수렴을 거쳐 관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중장기 성장잠재력과 관련해서는 경제주체간 치열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생부담 및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담합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법을 집행해야 한다"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 신산업에서 발생하는 시지사업자의 독점력 남용행위나 경쟁제한적 인수합병(M&A)에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단 경제의 급속한 융복합 상황에 맞게 기업활동에 불필요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낡은 규제의 틀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빅데이터, 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 기반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해 관련 산업 성장을 억제하는 규제를 발굴 및 개선하는 노력도 경주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공정거래 정책을 펴기 위해 소비자정책위의 조직과 기능 개편, 모바일·플랫폼 중심 환경에서 소비자 보호 강화 등을 강조했다. 또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사건처리의 공정성·투명성 확보 제도를 충실히 실천하는 한편, 사건처리 과정에 대한 공개 수준 제고 등을 통해 조사·사건처리절차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개혁의 어려움과 함께 개혁의 성공을 위해 점진적인 추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개혁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자주 쓰이지만, 쓰임의 빈도에 비해 성공하는 사례는 적다"며 "이는 거대한 담론만을 개혁이라고 여기고 하루 아침에 커다란 산이 옮겨 질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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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축적함으로써 변화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고 이를 추진력으로 삼아서 결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며 "위산일궤(爲山一?·산을 쌓는 것은 한 삼태기의 흙에 달려 있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쌓이고 쌓이면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개혁이 아닌 '진화'를 강조했다. 그는 "물론 재벌개혁이 급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경제가 적기(適期)에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라면서도 "지난 30여년간 보아왔듯이 법률 하나 제도 하나 개선한다고 해서 재벌개혁이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혁명'이 아닌 지난한 '진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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