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공중선…미관 해치고, 화재 등 안전 사고도 취약
땅속으로 매립하는 '지중화 사업' 해결책 꼽히지만…막대한 비용에 지지부진
법 개정해 도로점용료 부과하는 등 통신사 참여율 높여야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전신주. (사진=이승진 기자)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전신주. (사진=이승진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다세대 주택과 상가 건물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면 하늘을 가득 메운 ‘공중선(전선·인터넷선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미관을 해치기도 하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전신주(전봇대)를 땅속으로 매립하는 전선 지중화 사업이 꼽힌다. 하지만 비용과 단체별 이견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해 개선을 원하는 주민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23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주택가 하늘은 인터넷 선과 유선방송 선들로 얽히고설켜 있었다. 주택과 주택을 오가는 공중선들 중 일부는 끊어져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성인의 머리 높이까지 늘어져 있기도 했다.

통신용 선들은 전기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감전이나 화재를 일으키진 않는다. 하지만 주택에 화재가 났을 땐 상황이 달라진다. 소방차가 고층의 불을 끄기 위해 사다리를 올릴 때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너무 많이 연결돼 있는 선들로 인해 대규모 정전을 불러올 수 있고 합선으로 인한 화재를 발생 시킬 수도 있다.


인근 주민 백모(56)씨는 “선들이 너무 지저분하고 위험하게 끊어진 채로 매달려 있는 것들도 있어 민원을 넣어봤다”며 “하지만 수시로 새로운 선들이 연결되다 보니 민원이 소용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전선 관련 민원은 5000건으로 가장 많이 접수되는 민원 중 하나다.

어지럽게 뒤엉켜 있는 공중선들. (사진=이승진 기자)

어지럽게 뒤엉켜 있는 공중선들. (사진=이승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정부는 지난 2012년 인구 50만명 이상 20개 도시에 ‘공중케이블 정비사업’을 국가정책으로 시행했다. 이에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자는 공중선 정비에 706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출한 '공중선 정비구역 사후점검' 조사결과에 따르면 통신사업자의 공중선 정비 후에도 시정명령 및 권고를 받은 건수가 2014년 1727건, 2015년 989건, 2016년 135건으로 평균 125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전신주를 땅속으로 매립하는 지중화가 꼽힌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중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두고 지자체, 한국전력공사, 민간 통신사들의 이견으로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서울의 경우 1km당 지중화 사업비용으로 약 36억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서울 내 지중화 사업이 필요한 곳은 4500km 정도다. 서울의 지중화율은 58%로 일본 도쿄의 86% 수준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서울의 연간 지중화율은 1%도 되지 않는 0.7%로 매우 더딘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쿄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20년간 매년 5300억원을 투입해야하지만 시 예산만으론 감당하기 어렵다”며 “현재 한전과 지자체가 5:5로 부담하는 지중화 사업 비용을 변경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중화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중선에 ‘도로점용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거론된다. 현재 전신주를 통해 공중을 지나는 통신선은 도로점용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중화 사업을 통해 땅 속으로 매립하게 되면 통신사 등 전선 사용자는 도로법에 따라 도로점용료를 내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통신사들이 지중화 사업 참여를 꺼린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공중선에 점용료를 부과하고, 지중화 후 지불하게 되는 점용료의 할인 폭을 넓혀 통신사업자의 적극적인 지중화 사업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D

이와 관련해 한전을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전도 상당한 비용부담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비용 분담 변경 문제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중화 사업은 전신주의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되는데, 일부는 비용 부담과 관련해 법에 세세하게 명시 돼 있는 반면 법에 제대로 명시 돼 있는 않는 경우도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시는 지중화 촉진을 위해 중앙정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