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재계,“나중에도 같은 말 나오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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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 집행 가이드라인'이 오류가 있었다면서 삼성SDI에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추가 매각하도록 결정하자 재계 안팎에서 공정위 불신론이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인데다 당시 공정위 고위급들이 가이드라인에 문제가 없었다며 법정에서 진술했음에도 공정위가 1심 판결을 근거로 재 산정하자 "공정위의 법 집행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정위 인사들의 증언에 비춰보면 김상조 공정위장이 말한 재산정은 다툼의 소지가 많은 현재 진행형이다. 정재찬 전 공정위장은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나와 "공정위가 애초 2015년 10월 14일 처분 주식을 1000만주로 결정한 후 김학현 당시 부위원장이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와 '중대한 오류가 있으니 재검토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저는 실무적인 내용은 비전문가라 거의 몰라 한참 설명을 듣다가 '문제가 있다면 재검토를 해라. 법률전문가 등에게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보라'고 지시했다. 삼성, 즉 특정 케이스만 보지 말고 다른 기업들에도 적용할 수 있게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햇다.

정 전 위원장은 이후 공정위 내부 논의 등을 거친 뒤 12월 23일 500만주 안으로 결정했다. 실무자들은 애초 10000만주에서 단순 계산 오류를 바로잡은 900만주 안과 500만주 안 두 가지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두 안의 차이가 무엇인지 법리 해석상 두 가지 모두 가능한 것이냐고 묻고 실무진에게서 두 안의 장단점을 설명들은 뒤 500만주 안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진들이 1000만주로 결정하면 시장 충격이 크고 소액 주주 문제가 있고, 500만주로 가면 삼성 특혜란 면에서 언론이나 국회의 비판을 받을 거라고 했다"면서 "다른 경제 관련 부처에서는 경제를 살리고 활성화를 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 저희만 시장에 충격을 주기가 그래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 청와대나 삼성에서 처분 주식 수를 줄여달라고 지시를 받거나 부탁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위원장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의 압력설에 대해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며 "아무리 경제수석이지만 수석은 차관급인데 장관급한테 밑의 사람을 시켜서 화를 냈다고 하면, 제 성격상 오히려 난리를 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종범 전 수석 역시 "삼성 합병 관련해 공정위에 압력을 넣은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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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주식처분이 삼성의 로비와 공정위 윗선의 지시로 인해 한달만에 번복됐다는 공정위 사무관의 법정 진술도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로 알려진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재판에 나와 "법 해석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며 실무진이 적용을 잘못 한 것 같아 재검토를 지시했다"라며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삼성과 무관하게 내부 논의를 통해 자체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특검은 김 전 부위원장을 위증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재계 관계자는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의 1심 판결을 놓고 소급적용을 서둘러서 발표한 배경에 의혹과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면서 “법 집행의 신뢰성과 예측가능성이 이렇게 무력화되면 기업들이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고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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