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십번씩 널뛰는 시장에 일상이 무너졌습니다”…가상화폐서 발 빼는 이들
하루 수십번씩 급등·급락하는 가상화폐 시장…불확실성에 투자자들 ‘진땀’
지난 19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최초로 해킹으로 인한 파산 사례 발생하기도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하루에도 수십번씩 널뛰는 가상화폐의 가치에 투자자들의 일상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학생 홍모(26)씨는 지난 11월 '대박'을 터뜨렸다는 한 온라인 스포츠 커뮤니티의 글을 보고 모아두었던 돈 50만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26만원을 잃고서 가상화폐 투자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홍씨는 "26만원을 잃었지만 당시 피폐했던 삶을 돌아보면 아깝지 않은 '수업료'였다"고 회상했다.
홍씨의 첫 투자는 '아인스타이늄'이란 '잡(雜)코인'(거래가 많지 않은 군소 가상화폐)이었다. 홍씨는 "코인 1개당 600원을 호가할 때 샀는데 며칠 사이에 450원으로 급락해 황급히 팔았다"며 "하지만 2주 뒤에 다시 보니 코인 1개당 3000원이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투자 실패는 홍씨의 욕구를 더욱 자극했다. 홍씨는 "2주 만에 5배 넘게 가치가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잃은 투자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홍씨는 다시 '스텔라 루멘'이라는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하지만 홍씨의 기대감과 달리 구입 후 5일 연속으로 가치가 폭락했다.
홍씨는 "당시 5일 동안 하루에도 수백번씩 시세 그래프를 확인했다"며 "수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친구를 만나도 휴대전화를 통해 등락률을 보기 바빴다"고 말했다. 이어 "순간 급등을 하다가도 급락이 이어지니 모든 돈을 잃을까봐 불안감에 휩싸였고, 일상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홍씨는 삶이 피폐해져가는 자신의 모습에 모든 투자금을 회수했다.
홍씨는 "주위를 보면 돈을 벌었다고 하는 사람도 소액 투자인 경우엔 결국 치킨 값 정도 수익을 냈을 뿐"이라며 "온라인에 떠도는 '대박' 소문에 함부로 발을 들였다간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직장인 허모(35)씨 역시 최근 가상화폐 투자에서 손을 뗐다. 이달 초 가상화폐에 300만원을 투자했던 허씨는 "가상화폐는 초 단위로 변동률을 보여줘 나도 모르게 가상화폐 거래소 어플을 켤 때가 많았다"며 "업무에 지장이 올 정도로 자주 확인해 결국 모든 투자금을 뺐다"고 말했다. 허씨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수익률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투자에 나섰던 직장동료들도 하나 둘 발을 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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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열풍을 20년 전 '코스닥 붐'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노 교수는 "코스닥 붐 당시에도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뛰어들었다"며 "하지만 현재의 가상화폐는 매우 불확실한 영역으로 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코스닥 붐 때와 마찬가지로 투자금을 잃은 누군가 자살을 하는 등 사회적 파급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19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해킹으로 파산 절차에 돌입한 첫 사례가 등장하며 그동안 논란이 됐던 가상화폐 거래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구 '야피존')은 해킹으로 인해 전체 자산의 약 17%를 잃으며,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75%만을 보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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