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 반쪽소통]회장님, 잠깐 좀 봅시다…
관가 '소통명목' 기업 CEO 수시로 호출했다 취소
기업애로 듣지만 정책 움직임은 정반대로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정부의 '갑질 소통'에 재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기업들과 대화하겠다"면서 장관급 인사들이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는 일정이 부쩍 늘었지만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기보다는 정부 정책에 협조할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어서다. 어렵게 잡은 회동 일정도 관료들이 갑자기 어기는 바람에 분초가 아까운 'CEO 타임'을 낭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ㆍ현대차 등 8대 그룹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요청으로 20일 비공개 만남을 갖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바쁜 일정을 쪼개 날짜를 비워둔 기업인들은 갑작스런 일정 변경에 당황한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한 달 전부터 일정이 채워지는 기업인들의 특성상 갑작스런 요청에 기존 약속을 취소하면서까지 날짜를 맞춘 기업인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와 재계 간 상시 소통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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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기업인들의 만남이 불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두차례나 만남을 연기한 바 있다. 그는 200여명의 최고경영자(CEO), 고위임원들이 참석하는 CEO 조찬간담회를 지난 9월에 이어 이달 초에도 취소했다. 기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의 수장인 만큼 기업인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여러 정부 당국자들이 앞다퉈 기업인들과 약속을 잡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약속을 함부로 깨는 것은 경영자들을 너무 쉽게 보기 때문 아니겠냐"고 일침을 놨다.
만남 자체가 기업에 부담스러운 사례도 적지 않다. 기업인들은 경제부총리,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당국자와 만날 때마다 고용 등 정부의 정책기조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성장 중심의 정책과 규제 개혁을 함께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법인세 인상부터 시작해 산업용 전기료 인상까지 잇달아 기업의 입장이 배제된 채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업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명목으로 보여주기식 소통만 반복하는 느낌"이라며 "소통을 늘리는 것은 좋지만 진정성 있는 만남과 대화가 필요할 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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