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신·변종 바이러스②]"70% 이상 동물 매개 감염…의료 시스템 평준화 필수"
신·변종 바이러스 대응 시스템 이대로 괜찮은가 ②
21세기 감염병은 보건시스템 전쟁
70% 이상 박쥐·낙타 등 동물 매개
도시화와 활발한 여행·무역도 변화 불러와
사라졌던 감염병 변종으로 되살아나
온난화·지역분쟁도 발병범위 넓혀
'신속한 현장대응'과 '시스템 평준화' 급선무
WHO, 긴급상황 담당조직 체계개편·지휘 일원화 재정비
감염병 해결 'R&D 청사진' 가동
예방과 신약개발 등 초점
[제네바·바젤(스위스)=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 지난 10월 아프리카 우간다. 한 남성이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며 수도 캄팔라 멘고 병원을 찾았다. 그는 피를 토하고 설사도 했다. 결국 이 남성은 증상이 나타난 지 11일 만에 사망했다. 우간다바이러스연구소(UVRI) 검사 결과 원인은 에볼라와 유사한 감염병 '마버그열'이었다. 마버그열은 치사율이 25% 이상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치명적 감염병 목록'에 포함돼 있다. 2012년엔 우간다에서만 마버그열 확진자 20여명 중 10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불행히도 첫 번째 환자와 그를 돌보던 형과 여동생이 같은 증상으로 사망했으나 또 다른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수년전 이 지역을 할퀴고 간 '에볼라의 교훈'으로 현지 의료진 및 연구진이 감염병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에볼라·마버그열 의심 증상을 발견하자마자 의료진은 '우왕좌왕할 겨를이 없다'는 걸 직감했다. 첫 번째 환자가 최근 우간다 엘곤산 국립공원 지역에서 사냥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고 수치는 더 높아졌다. 케냐와 접경지대인 엘곤산 국립공원엔 '엘곤 동굴'이 있는데, 여기엔 에볼라·마버그열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박쥐가 많이 살며 코끼리도 드나들 정도로 커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이 있는 동물의 왕래가 많기 때문이다.
나호코 신도 WHO 헬스 이머전시 프로그램(WHE) 감염위험관리 매니저(박사)는 "WHO는 에볼라 이후 아프리카 주요 거점병원 8곳을 비롯한 50여곳 지역 병원의 의료진을 트레이닝 시켰다"며 "이에 따라 병원은 이 환자의 증상을 파악하고 위험성을 인지, 지침에 따라 즉시 경고 수치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와 접촉했거나 장례식에 참석한 80여명을 격리 조치하고 보건당국에 즉시 이를 보고, 발표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 신도 매니저는 "발생지인 우간다(UVRI)와 접경지인 케냐(KEMRI) 등 현장의 연구소에서 분석 및 대응이 이뤄졌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는 향후 등장할 신·변종 바이러스를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21세기 신·변종 감염병, 어떻게 달라졌나= WHO는 마버그열을 비롯해 에볼라, 크림-콩고 출혈열(CCHF), 사스, 메르스, 니파, 라사열, 리프트밸리열 등을 치명적 감염병으로 꼽고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발병 가능성 및 치사율이 높으며 예방·치료수단이 거의 없는 고위험 감염병이다.
WHO는 이들을 비롯한 21세기 감염병의 달라진 점으로 먼저 '동물에 의한 감염'을 꼽는다. 최근 주요 감염병의 70% 이상은 동물을 매개로 한다. 박쥐·낙타·닭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에 따라 WHO는 최근 세계동물보건기구(OIE),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등과 더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두 번째는 사라진 줄 알았던 과거의 감염병이 변종 형태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화와 높은 인구밀도, 활발한 여행과 무역 등과 관련이 있다. 하루 만에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도 빠르게 이동 중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선 감염병이 빠르게 번진다. 예를 들어 황열(Yellow Fever)은 벌목사업 등으로 정글로의 접근이 활발해지면서 현재 아프리카와 남미 대부분 지역에서 다시 유행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는 CCHF 역시 환경 변화가 원인이다.
지구 온난화와 분쟁지역 역시 최근 감염병 변화의 원인이다. 과거보다 많은 나라에 모기가 퍼지면서 지카 바이러스 등의 발병 범위가 넓어졌고 분쟁지역 위생시설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콜레라 역시 재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보다 더 넓고 큰 범위에서의 감염병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에볼라 그 후…달라진 WHO, 어떻게 대응하나= 지난 달 27일 찾은 스위스 제네바 WHO 본사는 간간히 지나다니는 차 외엔 바람소리만 들릴 뿐 조용했다. 건물에 들어가 지하로 내려가자 그때서야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신도 매니저는 "'WHE 리폼'으로 기존 본사 중심 조직에서 현장 중심으로 큰 전환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WHO의 긴급상황 담당 조직인 WHE는 에볼라 대응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자체 진단에 따라 2016년 7월 공식 창설됐다. WHO 위기대응에 대한 근본적인 체계개편과 조직상 지휘구조 일원화를 골자로 한다. 또 본부에서 지시를 내리고 인력을 파견하는 행정중심이 아니라, 각 지역에 필요한 연구·인력을 배치해 현장에서 위기 대응에 나선다는 게 변화의 핵심이다.
WHO는 신·변종 바이러스의 감지를 위해 WHO 사무국 및 보건부, 국제연합(UN) 파트너, 비정부기구(NGO), 전문가 네트워크 등과 협조해 정보수집 및 분석에 나선다. 국제보건규약(IHR) 담당자를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며 FAO, OIE, WHO 국제 조기 경보 시스템을 비롯해 국제 유행병 발생 경보와 대응 네트워크(GOARN), 국제 식품안전당국자간 네트워크(INFOSAN) 등 주요 감염병 정보 시스템도 이용한다. 글로벌 연구소와 의료기관이 만든 인터넷 경보시스템 프로메드(ProMED)도 사용한다. 글로벌 공중 보건 정보 네트워크(GPHIN), 헬스맵 등 알고리즘을 통해 인터넷 상의 정보를 수집하는 도구 역시 활용한다. 신도 매니저는 "온라인 상의 3만개 키워드를 매일 UN 6개 공식 언어로 분석해 이를 통해 특이한 상황을 짚어낸다"고 설명했다. 또 모든 건강위협에 대해 표준화된 절차로 평가하며 고위험 국가에서의 원인불명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필요한 경우 72시간 내에 현장 평가를 실시, 감염병 현장 대응 및 확산 방지에 주력한다.
에볼라·마버그 같은 치명적 감염병 해결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청사진'을 가동 중이다. 종전엔 유행이 이미 지나간 후 치료법이 개발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 선행해 후보약물과 백신을 개발, 예방하기 위해서다. 신도 매니저는 "마버그 백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파비피라비어(favipiravir)'와 같은 몇몇 항 바이러스 백신이 넓은 범주에서 에볼라·마버그 등에 일부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R&D 청사진을 통해서는)치료뿐만 아니라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신약 개발에도 중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GSK, MSD 등 글로벌 제약사 역시 에볼라 백신을 개발 중이며 노바티스는 감염병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차세대 항 말라리아 치료제(KAF 156) 등을 만들고 있다.
◆변화된 환경서 필요한 건?…"결국은 시스템"= 지난 달 21일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캠퍼스엔 세계 각국 의·약학 전문가와 학계 인사들 300여명이 모였다. '저소득 국가의 치료 접근성 강화'를 주제로 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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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논의의 핵심은 결국 '시스템'이었다. 데이비드 린 휴스 노바티스 감염병분야 시니어 글로벌 프로그램 헤드는 "의료 구호 단체 '파트너스 인 헬스' 대표 폴 파머는 개발도상국 등 의료 환경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에게 스태프(의료진)·스터프(진단·의학장비·약품)·스페이스(치료 공간), 그리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감염병뿐만 아니라 비전염성만성질환(NCD)까지 전 세계 사람이 평등하게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간 후 각자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세계 보건 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건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WHO 역시 분쟁지역, 자연재해가 늘 일어나고 있는 곳 등 기존 의료 인프라마저 무너진 곳의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신·변종 바이러스의 창궐은 해당 지역사회의 생활뿐만 아니라 하루 생활권이 된 전 세계 경제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메르스로 10조원 규모 경제손실을 경험한 한국은 다른 대륙, 작은 나라의 감염병이 전 세계에 미칠 영향에 이미 잘 알고 있다. 신도 매니저는 "의료진을 양성하고 치료법을 통일된 시스템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의료기술 평준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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