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뭐 먹지]추위 이기는 기름진 맛…'방어회'
겨울이 오고 있다? 아니, 방어가 오고 있다
겨울이 오면 가장 맛있는 생선 중의 하나가 방어다. 제주도의 모슬포 등 방어 잡이로 유명세 짜한 동네는 이맘때면 축제 분위기로 들썩인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회 좀 먹는다는 사람들 머릿속엔 기름진 방어의 붉은 살이 아른거리기 마련이다. '왕좌의 게임'에서 스타크 가문 사람들은 엄혹한 계절에 대비하라는 의미로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는 경구를 가훈으로 삼았는데, 방어 러버(lover)들 사이에선 '방어가 몰려오고 있다'고 되뇌며 겨울을 준비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겨울이 왔다고 해서 제대로 된 방어의 맛을 보는 게 쉽지만은 않다. 우선 방어와 꼭 닮았지만 맛은 다른 부시리가 눈을 어지럽힐 수 있다. 물론 부시리의 맛도 방어 못지않고 더러 후하게 쳐주기도 한다. 하지만 겨울에 방어 먹으러 나섰다가 부시리만 먹으면 왠지 섭섭하다.
제대로 방어를 골라잡아도 문제는 또 있다. 방어는 크면 클수록 더 맛이 좋기 때문이다. 보통 2㎏ 내외를 소방어, 4㎏ 이하는 중방어, 5㎏ 이상은 대방어라고 부른다. 제철에는 10㎏ 이상의 방어도 잡힌다고 한다. 겨울철 횟집에 가면 여느 방어가 아닌, '대방어'가 있다며 대문짝만하게 써놓은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여기엔 대방어만이 진짜 방어라는 자부심이 살짝 배어 있다.
과연 방어는 클수록 기름이 오르고 부위별로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는 게 겨울철이면 이 생선 먹기를 거르지 않는 마니아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죽하면 크면 한층 농후해지는 기름진 맛 때문에 기름 방(肪)자로 그 이름을 적기도 했을까. 이런 이유로 어지간히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클수록 더 좋다는 방어를 한 마리 잡아 제맛을 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미리 잡아놓은 큰 방어의 부위를 나눠 파는 가게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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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의 뱃살은 두툼하게 썰어 주로 회로 먹는다. 혀 위에서 사르르 녹는 맛은 고급 횟감 참다랑어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방어회 한 점 넣으면 추위가 엄습한 날 잔뜩 움츠려 종종 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따뜻한 구들목에 언 발을 녹일 때와 같은 안온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여기에 찬 술 한 잔 마시면 코끝에 청량한 겨울바람만이 스치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큼지막한 머리는 구워먹으면 어디에 이렇게 많이 숨어있었나 싶은 살점이 눈 휘둥그레지는 고소함을 전한다. 등살은 무와 함께 조려 먹으면 담백하다. 하여 다시 되뇌지 않을 수 없다. 겨울은 방어의 계절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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