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적폐청산→제도개혁 나아가야…여야정협의체 서둘러라"(종합)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고건 전 국무총리는 촛불혁명과 탄핵사태 이후 새 시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수·진보 모두가 참여하는 '여야정협의체'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새로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하는 것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소선거구제'와 '자치구제'를 대표적 실패로 꼽고 서둘러 손질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적폐청산, 제도개혁으로 나아가야"= 고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연 '고건 회고록 : 공인의 길'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산업화 반세기, 민주화 사반세기가 지나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하는 지금 새로운 정치경제사회 틀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러한 시대적 과제를 무시한 보수정부가 오만 불통했기에 민심의 촛불이 켜졌다"며 "시대발전 흐름을 봤을 때 변곡점에 와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보수·진보 모두가 새 시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정협의체 구성 등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정협의체를 빨리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촛불민심이 바라는 것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적폐청산의 목적은 바로 그거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재발하지 않는 제도개혁을 하는 게 근본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회고록에서 "특정세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조사해서 처벌할 것은 처벌해야겠지만 기본 목적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의 혁신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건 바로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이다. 거기서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으로 연결된다.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적었다.
고 전 총리는 '현 정부의 시대적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촛불민심이 보여준 특권과 반칙이 없도록 하는 제도개혁이다. 더 포괄적으로 말하면, 새로운 정치·경제·사회의 틀을 찾아야 하는 게 과제"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제일 큰 문제가 탈산업화에 따른 고용 없는 성장, 일자리 문제, 이게 시대적 과제 가운데 중요하다"면서 "세계 유례없는 초고령사회 진전, 사회안전망 미비로 인한 소득격차 확대, 이것을 해결하는 게 시대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인사권, 총리·장관에 넘기라"= 고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대통령중심제를 학습해왔고, 남북 대립관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이 내각책임제니 뭐니 새로이 학습을 시작하면 오래 걸린다"면서 "기왕에 대통령제를 학습해오면서 '이런 점은 잘못 됐구나' 느꼈던 것을 고치는 것이 좋다. 몇십 년 해오던 걸 수선해서 써야지, 새집을 짓는다고 나서면 집 짓다가 만다"고 지적했다.
이원집정부제도에 대해서는 "내치와 외교, 국방을 구분한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어떻게 구분이 되나. 이원집정부제에서 내치와 외치를 구분한다는데 그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고 전 총리는 "개헌이 내각제·이원집정부제로 가는 게 아니라 중임제 등 대통령제를 개선하는 차원이라면 국무총리가 아니라 '국무조정총리'로 역할을 제도화 해야 한다"면서 "해임건의도 해임제청권으로 헌법에서 바꿔서 해임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국무위원 임명제청권도 서면으로 제도화 하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일 중요한 건 총리와 내각의 인사권을 분점 시키는 것"이라며 "지금은 청와대가 모든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에 엄청난 '줄서기 인사'이다. 각 부처의 국장급까지도 전부 줄서기를 한다. 그러니까 행정 각부의 실·국장급 인사권은 총리와 각부 장관에게 부여해야 한다. 이를 헌법에 넣어도 좋고, 법에 넣어도 좋고 법적으로 해야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도입한 자치구제와 소선거구제를 '실패'로 규정했다. 고 전 총리는 1986년 민정당 지방자치제도 특별위원회 위원장 시절, 서울·부산·인천의 구청은 '자치구'로 정해 구청장 선거를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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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 사이에 갈등이 있다. 이게 자치구의 구청장 선거제로 인한 폐해다"며 "이걸 볼 때마다 내가 잘 못 했다고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민선 서울시장이 구마다 구청장 후보를 내서 구의회의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돌려야 한다. 그러면 신연희 강남구청장 사건 같은 것은 안 일어난다"며 "신연희 강남구청장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후회스럽다"고 덧붙였다.
소선거구제에 대해서는 "민주화 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해도 그 뒤에 오히려 폐단이 많다. 호남당, 영남당 지역패권 정당이 거기서부터 기반을 닦았다"면서 "일본식으로 비례대표를 늘리고 석폐율제를 도입하면 훨씬 달라질 것이고, 제3지대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석폐율제는 소선거구제 선거의 지역구에서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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