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미국인들을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종종 국적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할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습관적으로 그냥 "한국에서 왔다(I'm from Korea)"라는 답을 한다. 그러나 종종 여기서 그치지 않을 때가 있다. 상대방이 "아 … 그럼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구나"라는 반응을 덧붙이거나, "혹시 노스 코리아(North Korea)는 아니겠지?"라는 조크가 따라올 때가 있다.
몇 번 비슷한 경험을 하면 은근히 부아도 난다. '그냥 한국이라 하면 알아들을 것이지, 굳이 사우스와 노스를 구별하고 싶은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인들에게 '하나의 한국'이란 개념과 이미지는 희박하다. 미국의 출입국 문서를 비롯해 각종 공문서의 국적란에도 '사우스 코리아'와 '노스 코리아'는 엄연히 별개로 존재한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동포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담 도중 "꼭 통일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는 일화를 공개,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 한국인이라면 속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당연한 것을 묻고 있네' 라는 핀잔을 주었을 법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안다면 다소 억울해할 것 같다. 그가 언급한 '남북한이 꼭 통일을 해야 하느냐'는 의문은 사실 미국인들의 눈높이에선 그리 벗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 정부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 열강들의 속마음을 솔직히 '커밍 아웃'해준 것 일수도 있다.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다음 날 행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한국에선 상당히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눈부신 발전과 성취, 북한의 참담한 인권 실태, 평화가 정착된 미래 한반도에 대한 희망 등을 차분하지만 강하게 밝혔다는 평가가 다수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중에도 '통일(unification)'이란 단어는 피해갔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북핵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본토와 동맹국들을 방어하고 나아가 동북아에서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자 전략 목표다. 남북간의 통일 이슈는 이에 비해 우선순위가 훨씬 밀리고 상황에 따라선 버릴 수도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남북 통일이 꼭 실현돼야 한다'는 인식은 없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한국 입장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그냥 흩어져 있던 세력들이 합쳐지는 '통일'도 아니고 일시적 분단상태를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재통일(reunification)'이어야 맞다.
하지만 분단 70년을 넘기면서 국제사회에서도 한국과 북한은 한반도내에서 맞서고 있는 '두개의 코리아'로 인식이 굳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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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0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당시 한민구 장관은 헌법상 북한은 한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들어가려면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한국의 유효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한미일간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어 11월에 한국을 방문했던 애슈턴 카터 당시 미국 국방장관마저도 "동맹의 관점에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일본의 손을 들어주며 한국 정부를 무색케했다.
물론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과 북미간 충돌이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논의 자체가 맥빠지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한국내 정서와 달리 "꼭 통일을 해야 하느냐"란 주변 열강들의 인식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이를 방치해두면 향후 한반도 급변상항에서 통한의 패착이 될 수도 있다. '한반도 재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꾸준히 넓혀가는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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