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주도로 불법 집행… 교육부는 사후처리 '들러리' 그쳐
관련자 검찰 수사 요청… 타 부처 유사 사례 진술도 나와 확대 수사 필요

1억원을 지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 방송광고(제공=교육부)

1억원을 지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 방송광고(제공=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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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정권 당시 추진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의 예비비 43억원의 절반 이상이 홍보비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마저도 절반 이상이 청와대의 주도로 불법 집행됐으며, 교육부는 '들러리'에 불과했던 정황도 밝혀졌다.


21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달 3일 열린 제4차 회의에서 의결한 예비비 집행내역 조사 결과 및 후속 조치사항을 발표했다.

국정교과서 사업 예비비 43억원은 편성부터 이례적인 과정으로 진행됐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예비비 예산 편성은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구분(안) 행정예고'가 시작된 2015년10월12일 교육부에서 요청한 뒤 바로 다음날 기획재정부로 배정 통보를 받았다.


이 같은 '급행 배정'은 매우 이례적으로 당시 교육부 기조실장 및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비서관에 따르면 장·차관이 사전에 청와대를 통해 기재부와 조율해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진상조사위는 예비비 중 56.6%인 24억8500만원이 홍보비인 기형적인 편성이라고 지적했다.

(제공=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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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홍보비 중 12억8000만원(51.6%)은 청와대 주도로 불법 집행됐다. 정부광고 업무 시행규정에 따르면 정부기관이 광고를 하려면 광고 내용을 문서로 명시해 사전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요청해야 한다. 또 일반 경쟁에 부치거나 수의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에는 2인 이상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아야 한다.

국정교과서 광고는 이 과정이 전부 생략됐다. 청와대가 주도하면 교육부가 사후 처리를 하는 식으로 진행됐을 뿐이다.


당시 교육부 담당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주재 회의에서 조모씨(새누리당 전 홍보관련자), 한 모씨(조 씨 관련자), 강 모씨(전 장관 정책보좌관, 전 새누리당 홍보관련자), 김 모씨(청와대 행정관) 등이 홍보 방향 및 업체를 제안하면 참석한 교육문화 수석실 이 모 비서관, 홍보수석실 오 모 비서관, 정무수석실 정 모 비서관들이 이를 그대로 추인했다.


교육문화수석도 이들 제안대로 교육부 실무팀(동숭동 비밀 TF 및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등)에서 추진토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홍보영상물 제작 업체 선정 및 지상파 3사의 송출 등 계약절차 등에 대해서는 조 씨, 한 씨, 강 씨, 김 씨 등이 사전에 업체들과 조율했다. 교육부 실무팀은 이들이 알려준 연락처로 문의해 서면 계약을 사후적으로 처리할 뿐이었다. 이들은 업체 현황이나 제작자 상황, 비용의 적정성 등을 판단하지 못한 채 비용을 지급했다.


이처럼 홍보물 제작과 송출계획이 청와대에서 확정된 후, 구체적 집행 체계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서 교육부 역사교육지원 TF(동숭동 비밀 TF)를 통해, 정식 직제였던 교육부 교과서정책과 내 역사교육지원팀(행정처리 가능한 곳)으로 전달되어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비용 지출은 이후 직제가 변경된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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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위는 이 과정이 업무상 배임, 직권 남용, 회계질서 문란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엄정히 조치하기로 의결했다. 관련자들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관련법에 따라 처리되도록 관련자들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한 홍보비 부당집행 과정에서 사전에 계획해 일부를 빼돌린 정황이 있으며, 조사과정에서 다른 정부 부처의 유사 사례가 있다는 진술이 있으므로 확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위는 "앞으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정에 어떤 집단이 개입해 무슨 의도로 부적절한 정책을 추진했는지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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