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서의 On Stage]가족…사랑…웃음…올겨울은 따듯하겠네
코미디 가족극 '경식아 사랑해'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 마당을 차지한 커다란 평상은 반질반질하고, 벚꽃이 정겨움을 더한다. 마당 한편을 차지한 경운기는 위풍당당하다. 1970~1980년대 우리 시골의 아련한 풍경이 연극 무대로 옮겨졌다. 코미디 가족극 '경식아 사랑해'를 통해서다.
극은 평범한 회사원인 영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애스터자산관리회사에 다니는 그는 세네갈로 선교활동을 떠난 부모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일요일마다 경기도 포천 화대리에 있는 조부모 집에 찾아간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같은 마을에 사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게 영배의 방문은 인생의 유일한 낙이다.
어느 목요일. 영배가 느닷없이 찾아와 승진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업무상 3년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러야 한다는 손자의 말에 이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떻게든 하나뿐인 손자를 붙잡고 싶은 네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끝에 '장가보내기 대작전'을 펼치기로 한다. 주인공 영배와 그가 할배, 할매라 부르는 양가 어른 네 명 그리고 이들이 작전상 데려온 참한 아가씨까지 총 여섯 명이 100분짜리 극을 이끌어간다.
무대장치나 조명, 음향 등에 화려한 맛은 없다. 더블 캐스트로 출연하는 배우 열두 명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연기, 현실감 있는 대사가 담백한 무대를 만든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구성이지만 가족의 대화와 웃음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환기한다. 할아버지가 자식처럼 아끼는 경운기를 소재로 극 초반의 분위기를 띄우는 점도 인상적이다.
할배, 할매에게도 물론 이름은 있다. 친할아버지 강창근은 일흔네 살. 장난을 좋아하는 마음씨 따뜻한 사람으로 자신이 지극히 아끼는 경운기를 경식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친할머니 정미자는 일흔한 살인데 건망증이 조금 있다. 외할아버지 김종철은 일흔다섯 살이고 귀가 어둡다. 외할머니 나말순은 일흔한 살로 젊은 시절 강창근을 좋아한 추억이 있다. 마지막 등장인물인 차수연은 나말순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스물아홉 살 간호사다.
이들의 캐릭터는 소소한 대사들에서 살아 움직인다. 창근은 경운기를 가리키며 "내 거야. 내 경운기야"라며 자랑스러워한다. 또 체면 불고하고 "우리 영배가 미국에만 안 가면 내가 벌떡 일어날 것 같은데"라며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잘 듣지 못하는 종철은 "무슨 소리야! 영배가 미국에서 옷가게를 한다니"라며 펄쩍 뛰고, 말순은 그런 남편에게 "영감탱이 개똥 싸는 소리 한다, 또"라고 타박한다.
부모가 있는 세네갈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할배에게 영배는 "새대가리가 아니라 세네갈이라구"라고 거듭 설명하고, 함께 밥을 먹는 장면에서는 각자의 종교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기도해 웃음보를 자극한다. 좌충우돌하던 이들의 작전은 다행히 해피엔드를 맞는다. 손자며느리의 임신 소식으로 평화로운 시골집 마당에 또다시 함박웃음이 피어난다. 연극은 자극적인 조미료 없는 말간 소고기뭇국을 마신 듯한 감동을 준다.
이번 공연은 제작사 '애스터문화사업단'이 올해 초연으로 선보이는 무대다. 극작과 연출은 정범철(극발전소 301 대표)이, 예술감독은 사업가 겸 배우 이세창이 맡았다. 정범철은 연극 '만리향'과 '돌아온다'로 2014~2015년 서울연극제 연출상을 2년 연속 수상하는 등 연출가 겸 작가로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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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연출은 작품명이 '경식아 사랑해'인 이유를 "가족애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운기는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자의 가족애를 상징하는 오브제다. 그는 "정겨운 시골 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웃고 울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라면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고 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실력파 배우들이 각각 팀을 이뤄 서로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경식이 팀에는 김형욱ㆍ최영준ㆍ이경성ㆍ신정만ㆍ진영은ㆍ한다은이, 사랑해 팀에는 문주희ㆍ도창선ㆍ천정하ㆍ양현석ㆍ오민정ㆍ임규리가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내년 2월11일까지 서울 대학로 JTN아트홀 1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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