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로 ‘패닉’에 빠진 수험생 상대로 ‘특강’ 광고
“이것이 사교육의 민낯”이라는 지적 나와
종로·대성학원 등 전국 26개 학원 원장단 긴급 회의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15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고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돼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일부 학원가에서 수험생을 상대로 ‘특강 광고’에 나서 국가재난을 이용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포항 지진 피해 상황을 집계한 결과 16일 오전 6시 기준 이재민이 1536명, 부상자 57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으로 공공과 민간 시설의 피해는 1300건이 넘게 접수됐다. 특히 ‘2018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게 될 포항지역 고사장이 심각하게 파손되면서 정부는 수능시험을 일주일 연기해 23일에 실시키로 했다.


15일 오후 포항시 흥해읍사무소 인근 체육관에 지진을 피해서 대피한 주민들이 배식을 받고 있다.

15일 오후 포항시 흥해읍사무소 인근 체육관에 지진을 피해서 대피한 주민들이 배식을 받고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오후 8시20분께 긴급 브리핑을 열고 “포항지역 14개 수능 시험장에 대한 전수점검 결과 포항고·포항여고·대동고·유성여고 등 다수 시험장 건물에 균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포항쪽에서 수능시험 연기를 요청했고 학생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과 시험 시행의 공정성·형평성을 종합 고려해 수능을 1주일 연기한 23일 시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1993년 수능이 시행된 이래 자연 재해 등의 돌발적인 요인에 따라 수능 연기 사태가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수능 시험을 불과 12시간여 남긴 시점에 결정된 것으로 수험생과 가족들은 집단 패닉에 빠졌다. 특히 한 수험생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수능 생각하면 자꾸 가슴 쪽에서 불안함이 올라온다” 불안감을 표출했다.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학원가 특강 상품 광고.사진=인터넷 카페 캡처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학원가 특강 상품 광고.사진=인터넷 카페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구 등에 위치한 대형 입시 학원은 고3 수험생들을 상대로 특강 안내 문자를 보내는 등 발 빠른 마케팅에 나섰다. 재난 상황이지만 수능까지 남은 마지막 일주일을 학원 특강을 통해 일종의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특히 한 인터넷 카페에는 ‘대치동 특강 상품’ 이라며 ‘지구가 준 선물 마지막 일주일을 불사르는 직전특강!’ 등 ‘패닉’에 빠진 수험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자극적인 표현의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한 네티즌은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수능 연기에 혼란스러운 수험생들을 그저 마케팅 대상으로만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여러분, 이것이 사교육의 민낯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네티즌은 “진짜 학원의 특강 상품”이 맞냐며 글의 진위를 의심하기도 했다.

AD

수험생들의 이 같은 비난과는 별개로 대형학원들은 수능 연기에 따른 특강 준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종로학원·대성학원 등 전국 26개 학원 원장단은 긴급 회의에 들어가는 등 비상대기 체제에 들어갔다. 한 학원은 당장 모든 자습실을 열고 수험생들의 질문답변이 가능하도록 강사 일정을 전면 재조정 하는가 하면 논술과 면접 관련 특강 일정 역시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오히려 잘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수험생은 “고3들 울지 말고 일주일만 더 힘내자”며 혼란에 빠진 수험생들을 다독였다. 그런가 하면 “그나마 수능 전날 지진이 왔으니 미룰 수라도 있지. 내일 지진 왔어 봐 더 큰 혼란이었을 거다”, “저는 좋아요. 진짜 부담감 장난 아니었는데 연기란 말에 그런 게 싹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어요”등 안도감 섞인 반응도 나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