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세풀베다는 “겨울에는 코냑 한 통, 그리고 심농 전집과 지내는 게 최고”라고 했다는데, 과연 겨울은 내면의 계절로서 어둡고 깊은 상상의 계단을 홀로 걸어 내려가 자신의 본능과 마주서기 좋은 때다. 뛰어난 추리소설을 출간해온 황금가지에서 스티븐 킹이란 보증수표를 제출했고, 오로라가 회오리칠 것 같은 북구의 도시에서 판타지 스릴러물 하나가 방금 도착했다.


[신간안내] 스티븐 킹과 파시 일마리 야스켈라이넨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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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파는 가게 1, 2=스티븐 킹의 미출간 신작들을 모은 최신 단편집이다. 2016년 에드거상 단편 소설 부문에서 최고 소설상을 받은 ‘부고’를 포함, 모두 스무 편의 색다른 이야기들을 통해, 스티븐 킹은 익숙한 주제를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지 확인해 준다. 단편마다 작가가 쓴 자전적인 논평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그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나 작가의 과거지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읽을 수 있다.

이 단편집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어떤 작가도 이토록 평범한 현실을 오싹하게 탐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살아 있는 사람의 부고를 쓰면 그 사람의 죽음을 불러오는 이야기나 아마존 킨들을 통해 다중 우주에 접속하는 이야기 등 있을 법한 일상의 소재들로부터 오싹한 공포를 불러오는 작가의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이번 작품집은 스티븐 킹에게 셜리 잭슨 상을 선사했다.


스티븐 킹은 서문에서 자신의 단편들을 한데 모아 놓으면 자정에만 문을 여는 노점상이 된 듯한 기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작품들을 늘어놓고 와서 하나 골라보라며 독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 밝혔다시피 이 가판대에는 몹시 스티븐 킹답게도 위험한 품목이 섞여 있다. 독자들은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옷장 문을 분명히 닫았는데 왜 지금 열려 있는지 궁금할 때 자꾸만 생각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번 단편집의 매력은 일상에서 흔히 있을 법한 주제를 비틀어서 공포로 바꾸는 이야기 전개에 있다.

휴게소에 정차되어 있는 지저분한 스테이션왜건의 정체가 사실은 사람을 잡아먹는 미지의 생명체라든가(130킬로미터), 외딴 섬의 조그만 모래 언덕 위에 신비스럽게 사람의 이름이 나타난 다음 그 사람이 반드시 죽음을 맞기도 한다(모래 언덕). ‘도덕성’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부부에게 아내가 요양 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집의 부유한 노인이 괴상한 제안을 해 오기도 한다. 노인은 도덕성 시험이라면서 놀이터에서 아무 아이나 주먹으로 때린 다음에 그 과정을 촬영해 오기만 한다면 2만 달러를 주겠다고 한다. 평범한 한 부부의 도덕성이 무너지는 과정이 몰입도 있게 펼쳐진다. 아마존 킨들을 통해 평행 우주 속의 다른 우주에서 셰익스피어가 쓴 작품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평행 우주를 문학 작가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 ‘우르’도 재미있다. (스티븐 킹 지음/이은선 옮김/황금가지/1권 1만4800원, 2권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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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라 화이트가 사라진 밤=파시 일마리 야스켈라이넨을 ‘핀란드의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부르기도 하나보다. ‘라우라 화이트가 사라진 밤’은 그가 그려낸 판타지 스릴러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어느 밤, 핀란드의 작은 마을 래빗백에서 세계적인 작가 라우라 화이트가 눈보라와 함께 사라졌다. 작가 지망생 엘라는 라우라 화이트의 기이한 실종을 파헤치던 중에 책의 내용을 이상하게 바꾸는 ‘북 바이러스’와 이것을 은폐하려는 비밀스러운 작가 아홉 명의 클럽인 ‘래빗백 문학회’에 대해 알게 된다. 엘라는 그들이 철저히 감추었던 어두운 과거를 쫓아 마침내 철저히 베일에 싸였던 한 소년의 죽음을 맞닥뜨린다. 핀란드 최고의 작가 라우라 화이트의 실종과 그녀를 둘러싼 진실 게임은 북유럽의 환상적 분위기에 문학적 상상력이 결합되어 강렬한 판타지가 된다.


파시 일마리는 1966년 핀란드의 중남부에 있는 도시 이위배스퀼래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 작은 도시의 공동묘지 인근 연립주택에 살던 다섯 살 무렵부터 뱀파이어의 존재를 믿었고, 청소년기에는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영화 ‘쥘 앤 짐’에 나오는 여배우 잔느 모로에 빠졌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작을 연상케 하는 신비스러운 문체로 유럽을 넘어 영미권에서도 주목받고 있으며, 톨킨 소사이어티에서 주는 판타지 문학상과 아토록스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고등학교에서 핀란드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세 아들을 둔 가장이지만 여전히 뱀파이어, 잔느 모로, 그리고 고전 영화를 사랑한다고 한다. (파시 일마리 야스켈라이넨 지음/김미란 옮김/북로그컴퍼니/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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