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병원 장기자랑 논란, 노출 의상·첫 월급 30만 원 대…사회 초년생 울리는 ‘간호사 사회 적폐’
[아시아경제 고정호 기자] #지난 10월 한림대 성심병원 5개를 운영하는 ‘일송학원’의 재단 행사 ‘일송 가족의 날’에는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무대에 올랐다. 신장, 체중 등 외모를 기준으로 선발된 간호사들은 행사 한 달 전부터 연습에 동원됐다. 연습은 퇴근 후 늦은 저녁까지 이어졌으나 시간외수당은 전혀 지급되지 않았다. 행사 당일, 이들은 무대의상으로 지급된 짧은 치마 또는 바지, 나시 등을 입고 연습한 안무를 춰야했다.
#올해 서울대병원 간호사의 첫 월급은 36만원이다.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1490원으로 2017년 시간당 최저임금인 6470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은 이같은 관행이 9년 전부터 이어져왔다고 주장한다. 문제가 불거지자 병원 측은 “교육기간에도 정식 임금을 다 줘야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하며 3년차 미만 간호사들에게만 임금을 소급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간호사 사회에 남아있는 잘못된 관행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신규 간호사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이들은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로 인해 많게는 하루 14시간까지 근무하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업무 외 행사 등에 강제로 동원되는 등 각종 ‘적폐’에 시름하고 있다.
서울 소재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A씨는 이같은 악습이 이어지는 원인에 대해 “보수적인 간호사 조직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간호사 사회에는 군대식 문화가 남아있다”라며 “대학을 갓 졸업한 대부분의 신규 간호사들은 이같이 불합리한 문화를 맞닥뜨려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심병원 장기자랑 사태가 불거진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전국 간호사 처우개선 청원’에는 ‘간호사 태움 문화’에 대한 비판이 포함됐다. 청원에 따르면, ‘태움’이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이유없이 후배 간호사의 말, 행동 등을 트집 잡아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의미한다. 청원인은 “‘태움’에는 인사 안받아주기, 음식을 먹을 때 신규만 빼고 먹기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며 “이에 시달린 신규 간호사들은 우을증에 걸리거나 자살을 결심한다”고 적었다.
또한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서 ‘서울대병원 간호사 첫월급이 36만원이다’라는 제보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한양대학교 병원은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데 3주간 무급이다”, “고려대학교 병원 첫 월급은 40만원대다”, “이화여자대학교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 첫 월급으로 28만원을 받았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대학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신규간호사들이 심적, 물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간호사를 수동적이거나 무능력한 존재로 묘사하거나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왜곡된 사회 풍토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지난 2일 종영한 MBC 드라마 ‘병원선’에 대해 “(예고편 속 간호사가) 여유롭게 커피나 마시고, 환자 위급한데 의사 뒤에 숨고, 환자들 개인정보를 떠볼리는 모습으로 나온다”고 지적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또한,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매년 핼러윈 데이 때 이어지는 선정적인 ‘간호사 코스프레’나 간호사들에게 반말을 하고 ‘아가씨’라고 부르는 등의 행동이 신규 간호사들의 자존감을 낮추고 간호사에 대한 성 상품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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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간호사 처우개선 청원’을 작성한 청원인은 글에서 “대중들에게는 이런 사회적 이슈가 처음이라 놀라기도 했겠지만 이미 간호사와 간호학생들은 곯은 상처가 이제야 터졌다는 반응”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한 이번 성심병원 장기자랑 사태에 대해 “저희는 4년 동안 환자를 위한 간호, 환자를 위하는 나이팅게일의 정신을 배워오며 마음속에 작은 간호철학과 직업윤리의식을 배워왔다”라며 “그러나 사회에 나가서 왜 간호사라는 직업과 관련이 없는 행위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11일 등록된 해당 청원에는 13일 오전 10시 현재 총 9538명이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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